‘길드워2’ 등 일부 게임들 블리자드 저작권 침해
넷이즈도 이용자 유출 막기 위해 대책 마련 부심

(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재계약 불발로 블리자드 게임들의 중국 서비스들이 내년 1월 23일을 기해 일제히 중단된다. 이로 인해 중국의 블리자드 이용자들이 갈 곳을 잃은 가운데, 다른 중국 게임사들이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 중에는 상도덕에 어긋나는 사례도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중국 이용자들의 블리자드 사랑은 각별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중국에 출시된지 십수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중국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 점유율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 11월 기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중국 이용자 수는 ‘클래식’ 버전을 포함해 약 300만명으로, 동 장르 1위다. 2위인 ‘검망3(텐센트)’의 190만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블리자드는 중국 서비스 중단 소식을 발표한 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중국 서버를 대체할 아시아 서버를 확충하는 등 이주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해외 서버의 불편함으로 인해 이를 선택한 중국 이용자들의 수는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거취를 정하지 못한 채 아직 중국 서버에 잔류중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비슷한 게임들을 서비스중인 중국 게임사들은 ‘블리자드 난민’들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투어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각종 게임 광고들이 도배된 탓에 중국 이용자들이 ‘여기가 무슨 게임 커뮤니티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호소할 정도다.

이들 대부분은 이주 이용자들에게 특별 아이템을 제공하는 호객 행위에 머무르고 있으나, 일부 게임사들은 블리자드의 IP(지식재산권)를 침해하는 무리수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사진=콩종)/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콩종)/그린포스트코리아

대표적인 사례가 ‘길드워2’다.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아레나넷이 개발한 ‘길드워2’는 2014년부터 중국 현지 퍼블리셔 콩종(空中网)이 맡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이다. 이용자 수는 약 50만명으로, 중국 MMORPG 시장에서 4~5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콩종은 ‘길드워2’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초보자 선물 패키지를 공개했는데, 여기에 사용된 공식 이미지가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이미지는 머리에 뿔이 난 남성 캐릭터가 탈것을 타고 있는 모습을 담았는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악마사냥꾼’ 및 ‘유령호랑이’와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이미지에 삽입된 “영웅이 어디서 왔는지는 묻지 않아도 되지만, 귀착점은 있어야 한다”는 문구도 ‘불난 데 부채질한다’며 이용자들의 반감을 샀다.

길드워2 이외에도 블리자드의 IP를 무단으로 사용한 게임 광고는 중국에서 급증하고 있다. 한 게임사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공식 트레일러 영상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도 했다. 중국 관계자들은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발생하는 허점을 노린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저작권 위반은 피해자의 고소 없이는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에 해당하고, 통상적으로 게임 IP를 놓고 발생하는 저작권 분쟁은 결론이 나기까지 최소 1~2년이 걸린다. 계약 만료를 앞둔 넷이즈가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기에, 현재 블리자드의 권리를 보호해줄 대리인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역수한’ 특별 서버 개설 공지(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역수한’ 특별 서버 개설 공지(사진=넷이즈)/그린포스트코리아

넷이즈도 이용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대책을 마련중이다. 넷이즈가 서비스중인 무협 MMORPG ‘역수한’은 최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용자들을 위한 맞춤형 전용 서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1월 중에 추가될 이 서버에서는 ‘역수한’의 콘텐츠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될 예정이다.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역수한’의 특징 중 하나인 ‘장비 제련’ 시스템이 없어지고 게임 재화 시스템도 완전히 바뀌는 등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비슷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역수한의 리소스를 활용했지만 역수한과 완전히 다른 규칙을 가진 게임이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넷이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서비스를 맡았던 인력들을 ‘역수한’으로 재배치했다.

이 같은 역수한의 특별 대우는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에 오르는 등 중국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판타지 배경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무협 배경의 ‘역수한’의 차이로 인해 이용자 붙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역수한’ 개발팀은 “넷이즈 본사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았을 때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며 “게임 간 이주 및 생태계 재건은 게임 역사상 드문 사례라 긴장이 되지만, 넷이즈 본사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용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서비스 대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전했다.

dmseo@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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