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기후솔루션, ‘제철소와 숨겨진 진실’ 보고서 발간
광양·당진·포항 제철소 대기오염…사회적 손실 3조4천억원
탄소중립 시나리오 달성하면 1만명 인명 피해 예방 가능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사진=포스코)/그린포스트코리아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사진=포스코)/그린포스트코리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내 제철소를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활용하는 공정으로 전환할 경우 오염 물질에 의한 질환으로 조기 사망하는 인원이 1만명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제철소 지역 시민사회는 지역주민의 피해에 대한 직접적 보상과 함께 시민 안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CREA·기후솔루션, ‘제철소와 숨겨진 진실’ 보고서 발간

핀란드의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기후솔루션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제철소와 숨겨진 진실: 국내 일관제철소의 대기오염 영향과 건강 피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전남 광양(포스코), 충남 당진(현대제철), 경북 포항(포스코) 3개 지역 일관제철소를 대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활용 공정으로 전환할 경우를 분석했다. 

철강 산업은 세계 대기 오염의 주요 요인이자,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주요 철강 생산국이다. 한국 조강 생산의 약 70%는 석탄 기반의 고로-전로(BF-BOF) 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고로, 전로를 비롯해 다양한 철강 반제품 및 완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생산 시설이 갖춰진 제철소를 일관제철소라 하는데 이번 분석은 국내 일관제철소를 대상으로 했다.

현재 3개 일관제철소에서 배출하는 주요 대기오염 물질은 이산화질소(NO2)와 이산화황(SO2) 등이다. 현재 배출량은 이산화질소 연평균 최대 1.5μg/㎥, 이산화황 1.22μg/㎥ 등이다. 여기에 초미세먼지(PM2.5)까지 가세해(0.4μg/㎥) 공기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 오염 안전 수준 공해 허용량의 8~12%를 차지하는 양이다. 

일관제철소의 이산화질소(왼쪽)와 초미세먼지(오른쪽)의 평균 배출 농도(2021)(자료=기후솔루션)/그린포스트코리아
일관제철소의 이산화질소(왼쪽)와 초미세먼지(오른쪽)의 평균 배출 농도(2021)(자료=기후솔루션)/그린포스트코리아

◇ 광양·당진·포항 제철소 대기오염…사회적 손실 3조4천억원

이러한 대기오염 농도와 확산도를 정량화해 대기오염 물질 노출로 인한 건강 영향 평가를 수행한 결과, 지난해에만 506명의 조기 사망이 제철소에서 발생한 대기 오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 조기 사망 및 각종 호흡기 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4천억원에 달한다.

또한 대상 제철소 가운데 건강 피해 원인 기여가 높은 곳은 광양, 포항, 당진 순으로 나타났다. 백양국 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2021년 광양제철소가 조기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300명대이며, 국내 타 제철소보다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량이 훨씬 많은 만큼 선도적인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분석을 확장해 기후솔루션의 ‘한국 철강 부문의 2050 탄소중립 경로 보고서’가 제시한 3가지 경로에 따른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과 건강 영향을 분석하였다. 3개 시나리오는 제철소가 △현행 화석 연료 기반 제철을 지속할 경우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따라 화석연료 의존도가 줄어들 경우 △2번 시나리오에 더해 철강 소비 효율 향상을 통해 철강 생산량이 일부 감소하는 경우 등이다. 

분석 결과 1번 시나리오 경우 2022~2050년 사이 제철소의 대기 오염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누적 조기 사망자가 1만9355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누적 경제 비용은 약 127조원이었다. 

◇ 탄소중립 시나리오 달성하면 1만명 인명 피해 예방 가능

하지만 현행 고로-전로 방식을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로와 그린수소환원제철 등으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오염 물질 배출도 줄어 누적 조기 사망을 약 9300건에서 9800건까지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위기를 막는 탄소중립 경로를 따르면 제철 공정으로 인한 대기 오염 역시 크게 개선하여 1만 명에 가까운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제철소가 위치한 지역의 시민사회에서는 공통적으로 제철소의 2050년 탄소중립은 지구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며, 그와 더불어 오염물질 감축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김정진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당진은 현대제철뿐 아니라 석탄발전소까지 있는 산업단지 집중 지역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축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완 전남녹색연합 사무국장도 “최근 제철소로 인한 여수 묘도 주민의 건강 영향에 관한 내용이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며 “광양제철소의 대기질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피해에 대한 직접적 피해 보상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대표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경우 50년 이상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철소로서 주거지와 가장 가까이 입지해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일관제철소의 환경설비 개선과 규제강화, 주민건강영향 대책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근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통상 탄소중립이라고 하면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되는데, 철강 산업의 공정 및 연료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달성은 오염물질 감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철강 산업은 지금보다 구체적이고 높은 수준의 탄소중립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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