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컨츠,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 광고·판매 개시
기후솔루션, 자발적 탄소시장 배출권 신뢰성 지적
탄소중립 윤활유 광고 ‘그린워싱’ 신고…“공정위 역할 중요”

SK루브리컨츠는 지난달 7일부터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에 대한 광고를 시작했고 이번 달부터 판매를 개시했다.(사진=SK루브리컨츠)/그린포스트코리아
SK루브리컨츠는 지난달 7일부터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에 대한 광고를 시작했고 이번 달부터 판매를 개시했다.(사진=SK루브리컨츠)/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들어 ‘탄소중립’을 내세운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탄소중립 소비재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으로 신고된 첫 번째 사례가 나왔다. 기후솔루션과 소비자시민모임은 최근 출시된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 광고를 윤활유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그린워싱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정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 SK루브리컨츠,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 광고·판매 개시

SK루브리컨츠는 지난달 7일부터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에 대한 광고를 시작했고 이번 달부터 판매를 개시했다. SK루브리컨츠는 자사 제품을 국제적 신뢰도가 높은 자발적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미국의 베라(Verra) 인증을 받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한 탄소중립 제품이라고 밝혔다. 

또한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제로화시킨 제품이지만, 향후 제품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직접 감축하는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K루브리컨츠는 제품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산정한 후 조림사업 등 온실가스 흡수 및 감축 프로젝트에서 발행된 같은 양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상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SK루브리컨츠에 따르면 현재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한 배출량 상쇄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기술도 없는 데다 연료 및 원료를 단시간에 신재생에너지 및 자연 유래 원료 등으로 대체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우선 국제적 신뢰도가 높은 자발적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베라(Verra)가 인증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 배출권은 우루과이 과나레 지역의 목초지를 숲으로 다시 조성하는 재조림 프로젝트에서 확보한 것이다. SK루브리컨츠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총 780만톤의 온실가스가 흡수될 것으로 예상되며,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역 일자리 제공, 토양 개선 등의 활동도 함께 수행될 예정이다. 

SK루브리컨츠는 제품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산정한 후 조림사업 등 온실가스 흡수 및 감축 프로젝트에서 발행된 같은 양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상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SK루브리컨츠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SK루브리컨츠는 제품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산정한 후 조림사업 등 온실가스 흡수 및 감축 프로젝트에서 발행된 같은 양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상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SK루브리컨츠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 기후솔루션, 자발적 탄소시장 배출권 신뢰성 지적

기후솔루션·소비자시민모임은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에 대해 탄소중립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고 주장했다. 

먼저 탄소배출권 구입이 석유제품 사용으로 인한 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후솔루션은 “석유제품 사용으로 방출된 탄소를 상쇄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물리적인 방식으로 영구적으로 탄소를 격리해야 한다”며 “조림사업은 나무의 수명과 존속기간에 한정돼 일시적으로만 탄소가 격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발적 탄소배출권 제도의 신뢰성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은 현재 통일된 방법론과 감독 규정이 없어 객관적인 탄소 감축 기여 여부를 확인하고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청정개발체계(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 등 규제 탄소시장과 민간 주도의 자발전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으로 나뉘는데, 베라가 제공하는 배출권거래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속한다.

베라 인증의 공신력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과거 주요 항공사를 대상으로 탄소중립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탄소배출권의 감축량이 과장돼 평가 기준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고, 벨라즈 산림 프로젝트에서는 실제로 탄소감축 활동이 종료된 시점에서도 데이터베이스 내에선 탄소감축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게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산림 보존 프로젝트에서는 실제 탄소 흡수량보다 3배 많은 탄소배출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SK루브리컨츠가 광고에서 실제로 구입한 탄소배출권의 수치나 감축량을 명시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는 광고에서 베라 탄소배출권은 통해 흡수되는 온실가스가 780만톤이라고만 밝혔을 뿐, 실제 구입한 탄소배출권의 수치나 실질적인 감축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기후솔루션은 “명시된 780만톤이라는 수치도 과나레 조림 프로젝트를 통해 감축·제거되는 온실가스 총량을 의미하며 이중 SK루브리컨츠가 구입한 탄소배출권 115톤으로 전체 프로젝트 감축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탄소중립 윤활유 광고 ‘그린워싱’ 신고…“공정위 역할 중요”

27일 기후솔루션은 SK루브리컨츠의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 광고가 허위, 과장의 표시·광고라며 공정위에 신고하고 소비자단체인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은 광고 자체의 중단을 구하는 임시중지명령을 요청했다. 국내에서 탄소중립 소비재가 그린워싱으로 신고되는 첫 번째 사례다. 

최근 기업이 관계 당국으로부터 그린워싱을 지적받은 사례는 있었다. 환경부는 지난 3월 SK E&S가 호주에서 추진 중인 바로사 가스전을 ‘탄소중립’, ‘CO2 FREE’로 홍보하는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환경부는 명확한 실증자료를 가지고 사실관계를 소비자들에게 상세히 안내하도록 행정 지도했고, SK E&S는 관련된 홍보나 광고 문구를 수정 및 삭제한 바 있다.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의 높은 인식에 따라 탄소중립상품을 출시하는 만큼 공정위도 적극 나서 감독을 하고 각 기업에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정위는 이번 신고를 통해 배출권을 이용한 석유제품 그린워싱에 문제의식을 제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똑같은 석유제품이면서 ‘탄소중립’으로 라벨 갈이를 하는 그린워싱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진짜 탄소중립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업은 정확하게 탄소 배출 정보를 표기해야 하고 소비자들이 기만당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당국의 감독과 법규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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