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기업 1천개 전환?…사업재편기업 56개에 불과
“수요기업과 납품기업간 공동으로 사업재편 확대해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친환경차 전환으로 엔진·배기·연료계 부품은 사라지고 동력 전달 부품도 상당수 감소해 전체적으로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수가 최대 5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친환경차 전환으로 엔진·배기·연료계 부품은 사라지고 동력 전달 부품도 상당수 감소해 전체적으로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수가 최대 5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전기·수소차로의 전환을 통해 자동차산업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차로 전환하게 되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 및 일자리의 감소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부품기업 1천개를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실제로 지원을 받는 업체는 56개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산업부 ‘자동차산업 글로벌 3강 전략’ 발표

4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친환경차(전기차·수소차) 판매 비중은 49.6%로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공격적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거치면서 차량용 반도체와 원자재 등에서 공급망 불안이 일상화되고 이는 생산물량과 제조원가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중심주의 기조도 확산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심축이 파워트레인(엔진·동력)에서 배터리와 소프트웨어·반도체 등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자동차산업 및 부품업체에도 지각변동이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 ‘자동차산업 글로벌 3강 전략’을 발표했다. 미래차로의 신속하고 유연한 전환과 모빌리티 신산업으로의 자동차산업 경계 확장을 통해 자동차산업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산업부는 이를 위한 4대 전략으로 △전동화 글로벌 탑티어(top-tier) 도약 △생태계 전반의 유연한 전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신산업 창출을 제시했다. 글로벌 3강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 330만대 및 세계시장 점유율 12% △향후 5년간(’22~’26) 자동차 업계 투자 95조원+α △2030년까지 미래차 전문인력 3만명 양성이 설정됐다.

◇ 부품기업 1천개 전환?…사업재편기업 56개에 불과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하게 되면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 전기차에는 필요 없는 부품 생산과 관련한 일자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린피스가 조사한 결과, 국내 자동차산업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2018년 기준 약 190만명으로 총 고용인원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직접 고용인원만 36만3천명이며, 그중 완성차업계가 9만9천명, 부품업계는 26만4천명에 달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친환경차 전환으로 엔진·배기·연료계 부품은 사라지고 동력 전달 부품도 상당수 감소해 전체적으로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수가 최대 5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부품업체 전체에서 친환경차 전환으로 감소하는 부품군의 비중은 기업수 기준 46.8%(4429개), 고용인력 기준 47.4%(47.4%)를 차지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부품기업 1천개를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에 수립하고 미래차 종합지원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그린피스가 지난해 말 발행한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기후위기 및 정의로운 전환 인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사업재편기업으로 승인돼 정부 지원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는 56개에 불과했다. 

또한 자동차연구원 조사 결과, 부품기업의 84%가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이며, 도급단계로는 2차 이상의 하위 협력사 비중이 89% 수준으로 매우 높은 상황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19와 반도체 수급, 탄소중립 등 연이은 이슈들로 인해 영업이익율이 저하되면서 미래차 전환을 위한 투자 여력이 악화하고 있다.

◇ “수요기업과 납품기업간 공동으로 사업재편 확대해야”

이에 기업의 사업재편과 고용인력의 직무전환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용 한국자동차연구원 기업지원본부 본부장은 “성공적인 사업재편을 통해 기업이 생존해야만, 기업내에서 인력의 직무전환을 통해 고용 유지가 가능하다”며 “불가피하게 직무전환이 어려운 경우는 타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신규 인력이 필요한 분야는 시급히 인력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요기업과 납품기업이 공동으로 사업재편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현용 본부장은 ”국내 부품산업 구조상 자체 역량으로 전환이 가능한 기업군인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와 공동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래차 전환 유형을 세분화해 해당 유형별로 요구되는 세부 지원방안을 상세히 설계해 맞춤형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자동차산업 글로벌 3강 전략’을 발표하면서 내연기관차 부품기업의 사업 다각화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부품기업의 사업전략 수립부터 기술개발, 생산, 사업화 등에 이르기까지 전주기 지원이 가능한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을 확충하고, 부품기업의 유형에 따라 기업의 상황과 전략에 맞는 ‘맞춤형 정책’ 수단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산업부(사업재편)·중소벤처기업부(사업전환) 등 관계부처와 지역별·기능별 지원 기관을 망라한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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