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 중인 계절관리제는 수송, 난방, 사업장, 노출저감 등 4개 분야 8대 핵심대책, 7대 상시지원 대책이다. (사진 그린포스트 DB)/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은 지난해 1년 내내 기후위기를 겪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만큼이나 우리를 괴롭게 한 건 길었던 태풍과 장마, 예측불가능한 날씨였다. 지구의 역습이 시작된 것일까. 1월은 역사상 가장 따뜻했고, 봄을 맞아야할 4월에는 강풍과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다. 6~8월은 기온 변동폭과 더불어 가장 긴 장마에 태풍도 잦았다. 10월은 강수량이 사상 두 번째로 적었고, 11월엔 서울에 104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온과 강수량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1년 내내 기후위기를 겪었다.

한국은 각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지표로 나타낸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0’ 보고서에서 61개국 중 5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선 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하위 2위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서울은 최근 UN 인증 기후변화‧재해에 강한 ‘롤모델 도시’로 선정되면서 한국의 기후 변화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이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한 가운데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대응해나가고 있는 서울. 서울은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을수 있을까.

◇ 서울시, 기후변화대응종합계획 발표

서울시는 국내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국내외에 알렸다. 

탄소중립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C40 회원 도시들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제출해야 한다.

서울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린뉴딜 추진을 통한 2050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C40도시기후리더십그룹에 제출했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 22개 도시는 이미 제출했다. 서울시 계획은 C40와 논의를 거쳐 보완, 오는 2월쯤 최종 확정된다.

서울시는 지난 7월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본 정책방향을 담은 ‘그린뉴딜 추진을 통한 2050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구체화하고 5대 부문 74개 세부과제를 담아 탄소중립 계획을 마련했다.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40%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시는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기후변화대응 티에프(T/F)를 구성, 부문별 사업을 논의했다. 주요 위원회와 이를 공유하고 의견 수렴도 거쳤다. 시민들이 공감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9월과 10월에는 자치구별 원탁토론회를 열어 지난 9월과 10월 자치구별로 원탁토론회를 열었다. 10월에는 TBS 방송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한 '온라인 시민 토론회'를 개최,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들 의견을 들었다.

서울시는 2050 계획을 법정계획인 기후변화대응종합계획에 반영하고, 차질 없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정책환경 등 변화를 반영한 연차별 계획을 수립하고 점검할 예정이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과감한 목표지만,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 의견을 경청했고 시민과 함께 실천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라며 “서울뿐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 상수도 기후위기 대응 환경보고서 발간

서울시는 기후위기에 대응,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물 공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의 노력을 담은 ‘2020 아리수 환경보고서’를 발간했다. 상수도 분야 환경보고서 발간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상수도 아리수 공급 전 과정에서 설비 에너지 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 확대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 기후변화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설비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진단이라는 3대 방향 아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각종 사업 추진 성과를 계량적으로 표기해 성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모터펌프의 운전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분석한 후 저효율 펌프를 고효율 펌프로 교체해 왔다. 수도 설비에 설치된 조명도 100% 고효율 LED조명으로 교체했다. 또 지난 10년간 태양광, 지열, 소수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도입해 신재생에너지 총 11만2391MWh를 생산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배출예정량 대비 온실가스를 총 21만1338 tCO2-eq 감축했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총 3200만 그루를 심은 효과다.

앞으로는 신재생에너지의 확충에 기여하기 위해 여름에는 대기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의 특성을 이용한 수열 에너지 활용모델을 정립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는 공공기관 신규 건축 설계 시 수열에너지를 우선 설치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고품질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노력도 보고서에 담았다. 국제표준기구의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 22000)을 2016년 전국 최초로 도입하고 수돗물을 식품으로 인식해 생산·공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노후관에 대한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법적 기준 이상인 총 331개 항목에 대한 수질검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미래와 공존하기 위한 사회 공헌 활동도 소개했다. 지역사회와 상생을 위해 서울과 인접한 4개 도시에 하루 12만424톤의 아리수를 공급(2019년 기준)했으며 국내외 재난지역에 아리수 병물을 지원했다. 

급수환경이 열악한 해외지역에 수도시설 개선 사업을 펼치고, 상수도 전문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또 해외 상수도관계자를 초청해 서울시 상수도 우수정책과 기술을 전파하는 ‘서울시 상수도 정책연수’에 37개국, 87개 도시, 262명이 참여했다. 

백 호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기후 위기는 곧 물의 위기임을 인식하고 다가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물 공급 서비스를 제공해 환경과 공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 SK에너지와 시내 모든 주유소에 태양광 발전·전기차 충전 설비 구축

서울시는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 등을 통한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SK에너지와 손을 잡았다. 서울 시내 주유소에 태양광 발전·전기차 충전 설비를 구축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 모델의 성공적인 정착과 지속가능한 저탄소 친환경 사업 개발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이번 협약은 서울시와 정유업계 간 첫 협력 모델이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서울시와 SK에너지는 먼저 SK 주유·충전소 중 태양광 발전설비 및 전기차 충전설비가 설치 가능한 모든 곳에 설치를 위한 협업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에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차량 보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시 전역에 있는 주유소를 소규모 지역발전 기지로 활용, 이렇게 생산한 전기를 인근 상가나 가정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 상반기 SK에너지는 직영 주유·충전소 7곳에 총 144㎾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준공할 계획이다.

이어 147곳의 자영 주유·충전소까지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발전기를 주유소에 설치하는 사업도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연료로 쓰일 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시는 주유소·충전소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보급, 연료전지 설치 등 친환경 에너지 보급을 막는 규제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실증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행 규정상 동일 사업자가 신재생 발전사업과 전기차 충전사업 같이 시행하는 것이 불가하다.

이외에도 서울시 태양광 실증단지를 거친 신제품의 상용화 지원, 서울에 맞는 친환경 차량 및 충전시설의 기술개발 지원 등 다양한 상호 협력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SK에너지는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정기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주유소·충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SK에너지와 서울시가 신재생에너지 공급기지 조성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 차량 연료공급시설인 주유소·충전소를 거점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친환경 차량의 충전 인프라 설치 확산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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