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대우건설, 전기차 관련 사업 진출
대형·중형건설사 가릴 것 없이 친환경 사업 역량 강화
건설사 친환경 사업 단기적이고 일시적 현상 아냐

SK건설이 설치 및 시공을 맡은 화성연료전지 발전소 전경. (SK건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건설이 설치 및 시공을 맡은 화성연료전지 발전소 전경. (SK건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2010년 중반 국내 산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트렌드는 ‘사회공헌활동(CSR)’이었다. 다수의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착한 기업’을 전면에 내세웠고 현재도 이를 경영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경제적·법적 책임 이외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시대 즉, ‘착해야 살아남는 시대’였다.

하지만 2020년 사회공헌활동을 넘어 또 다른 트렌드가 전(全) 산업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 바로 ‘녹색 바람’, ‘환경(environment)’이다. 친(親)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의 시대가 도래하자 국내 수많은 기업 중 관련 분야에 발을 담그지 않은 곳이 없다. 삼성과 SK, LG, 한화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은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산을 깎고 땅을 파헤치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란 꼬리표는 옛말이 됐다. 국내외 보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전기차 관련 산업부터 업계 특성상 시공·운영 관리 경험을 토대로 진출이 용이한 에너지 관련 산업까지 건설사들은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관련 산업도 연료전지와 부유식 해상풍력 등 범위가 넓어지고 폐기물 처리, 해수담수화 기술 등 분야가 다채로워 지고 있다.

◇ 미래는 친환경 전기차가 대세…관련 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들

국내 건설사 중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기차 관련 산업을 낙점한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부가 친환경 자동차 중 하나인 전기차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향후 내연기관차 대신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해당 산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먼저, GS건설은 올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다. 포항시 영일만4 일반산업단지 내 12만㎡ (약 3만6000평) 규모의 부지에 시설을 조성하고 이차전지에서 연간 4500톤의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의 유가금속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지 매입에 180억원,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 건설에 300억원, 기계설비 구축에 520억원 등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이어 2차 투자를 통해 연간 1만여톤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고 전후방 산업으로 진출한다는 게 GS건설의 목표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미래 먹거리로서 충분한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한국자동차자원순환협회에 의뢰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후 폐배터리가 급격히 증가해 2024년에만 약 1만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40년에는 누적 576만대에 달하는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재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춰 볼 때 폐배터리 자원화는 향후 국내 필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대표 인프라 중 하나인 충전 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도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7월 신사업 벨류체인 확장의 일환으로 전기차 충전기 전문기업 휴맥스EV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디벨로퍼’로 도약한다는 게 대우건설의 목표다. 스마트에너지 산업의 핵심인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분야에 진출함으로써 △충전 인프라 생태계 구축 △부지 건축을 통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동 복합 충전 스테이션 설립 △V2G(Vehicle to Grid) 양방향 에너지 수요관리 시스템 운영 등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관련 미래 유망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대우건설 측은 당시 지분 투자와 관련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과 같이 기존 건설업과 연계된 4차 산업 투자를 통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이 자사의 신규 동력원이 될 것임을 내비쳤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친환경차인 전기차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친환경차인 전기차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태양광, 해상풍력, 수소 등 다채로운 건설사들의 역량 강화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사업은 단연 에너지 관련 산업이다. 특히,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추진력을 얻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형건설사와 중형건설사 가릴 것 없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과거 자신들이 몸담고 있던 건설업에서 쌓은 시공·운영 관리 경험을 토대로 유사 업종인 에너지 관련 산업에 진출이 쉬울 뿐 아니라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중형건설사인 호반그룹의 호반산업과 호반건설은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호반산업은 전남 신안군에서 지역주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국내 최초의 주민주도형 태양광 사업에 참여했다. 2022년 준공 목표인 해당 발전소는 염전부지 224만8000㎡(68만평)에 200MW(메가와트)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호반건설은 2021년 말까지 99MW급 규모로 조성되는 '새만금 육상태양광 3구역 발전사업'에 중부발전 컨소시엄으로 참여, EPC(설계·조달·시공) 대표사를 맡고 있다.

현대건설도 향후 잠재력이 큰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10월 발표한 ‘2025 전략’ 발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친환경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최근 저탄소 및 친환경 경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대돼 이에 발맞춰 수소연료발전, 해상풍력, 조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건설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가 국내 수소경제를 이끄는 만큼 그룹사 간 협력이 이뤄지면 사업 영역 확대에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건설사 중 친환경 사업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단연 SK건설이다. SK건설은 올해 7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친환경과 신에너지 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친환경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기존의 에너지기술 부분을 신에너지 사업부문으로 개편해 관련 사업 확대에 추진력을 더했다.

SK건설은 에너지 사업의 영역을 보다 확대하고 있는데, 먼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발전소가 눈에 띈다. 지난 9월 SK건설이 설치 및 시공을 맡은 19.8MW 규모의 화성연료전지 발전소와 8.1MW 규모의 파주연료전지 발전소가 본격 가동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SK건설이 설계와 납품, 시공을 맡은 300kW(킬로와트)급 연료전지 50대가 설치된 15MW급 동해연료전지 발전소가 준공되는 등 SOFC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 2018년 울산 동남해안 해상풍력 발전사업에서 발전허가를 취득하며 해당 분야에 첫발을 내디딘 SK건설은 올해 초부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 현재 울산에서 136MW(메가와트), 서해안에서 800MW 규모 사업을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형 부유체 독자 모델을 개발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제주한림해상풍력사업 현장 조감도. (한국전력기술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제주한림해상풍력사업 현장 조감도. (한국전력기술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건설사들 친환경 사업…‘일시적 현상 VS 장기전략’

앞서 본 것처럼 국내 건설사들은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건설사들의 친환경 행보가 정책·시장·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령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정부가 환경관련시설 공사를 대거 발주하면서 생겨난 건설사 내 환경사업부들이 이후 관련 사업이 지속되지 않아 대부분 사라진 것처럼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견해다.

또한 사회공헌활동처럼 ‘나쁜 기업’ 즉, 환경 분야로 따지자면 ‘반(反)환경 기업’으로 낙인찍히지 않고자 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의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020년에 들어서며 건설사들이 벌이는 친환경 사업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부 정책 변화 등 향후 주택사업부문의 불안 요인이 커질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을 통한 수요 창출에 관심이 지대하다는 게 그 이유다. 그리고 건설사들이 신사업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게 바로 에너지 등을 포함한 친환경 사업이라는 것이다.

또한, 건설사들의 친환경 사업에 조직을 개편하고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 그 의지가 남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례로 SK건설이 신설한 친환경 사업부문의 경우 안재현 대표이사가 사령탑을 맡아 친환경 사업이 회사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사 차원에서 힘을 실어준 만큼 조직 개편에 발맞춘 추진력 또한 적극적인데, 개편 후 두 달 채 되지 않아 국내 종합 환경플랫폼 기업인 EMC홀딩스 주식을 전량(지분율 100%)을 인수해 친환경 사업 추진이 그저 상징성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 역시 건설사들의 친환경 사업이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친환경이 과거와 달리 필수적인 요소가 됐고 건설사들이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장기적으로 친환경 사업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분석한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본부장은 “세계적인 트렌드가 친환경이 된 만큼 현재 건설사들이 저마다 특화된 부분에서 관련 사업을 찾아가는 과도기적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환경 시장이 어떻게까지 건설과 접목될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이 부분이 더욱 명확히 되고 시장성이 갖춰지면 건설사들의 관련 사업 범위가 지금보다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으로 SK건설이나 GS건설이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이는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사업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건설사 친환경 관련 사업. (그래픽 최진모 기자, 자료 각 사)/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건설사 친환경 관련 사업. (그래픽 최진모 기자, 자료 각 사)/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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