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과 미국・유럽 CDC “건강한 사람은 쓸 필요없다”
​​​​​​​의협 “건강한 일반인도 마스크 써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 제공) 2020.3.13/그린포스트코리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 제공) 2020.3.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하루 마스크 생산량은 1000만매 남짓인데 한국 인구는 5100만명이 넘는다. 전 국민이 하루에 한 장씩 마스크를 쓰려고 한다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마스크의 양을 일주일에 2매로 제한하고 공급을 늘리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약국 앞에는 마스크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줄을 잇는다.

마스크를 착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는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졌다. 국내외 방역 당국과 의사단체는 서로 배치되는 내용의 마스크 착용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 에티켓을 지켜달라는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혼란스러운 이들이 느끼는 불안은 맘카페, SNS 등 인터넷에서도 나타났다. “면 마스크는 안하는 거 보다는 낫대요”라면서 “저는 어제부터 일회용 마스크 사기도 힘들고해서 면 마스크 빨아써요”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무래도 서비스직업이다보니 방독면 마스크까지 주문해서 쓰고 있네요”라며 “민폐끼칠 수가 없으니까요”라는 사람도 있다. 

◇질본・CDC・ECDC・ WHO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 쓸 필요 없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달 초 감염의심자와의 접촉 등 감염 위험성이 있는 경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의심자를 돌볼 때,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기저질환이 있거나 건강취약계층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택배기사・버스 운전수처럼 감염・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을 갖고 있지 않다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혼잡하지 않은 야외, 가정 내, 개별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방역 당국이 내놓은 마스크 착용 가이드라인은 질본과 식약처가 제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아프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마스크를 쓸 수 없는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마스크 공급량이 부족할 수 있으며,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사용할 마스크를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의료진을 만나러 가거나, 한 방이나 자동차에 여러 명이 함께 있을 경우에는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권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 확진자를 돌보는 상황이 아니라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도 보건 인력과 가정에서 환자를 간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스크 물량을 비축해둬야 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마스크 착용 지침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돌볼 때가 아니라면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마스크 착용이 손을 자주 물과 비누로 씻어 위생관리에도 신경써야 효과적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협 “지역사회 감염 심화…건강한 사람도 전파자 될 수 있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12일 질병이 없는 사람에게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서 건강한 일반인도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질병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에서도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염호기 의협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구로 콜센터에서의 집단 확진 사례에서 보듯이 인구가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비록 외국에서는 일반인에게 마스크가 불필요하다는 지침이 있지만 국내의 상황을 고려해 지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외국과 한국은 인구밀집도 등 환경에 차이가 있다”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심화되는 단계라 건강한 성인도 전파자가 될 수 있어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서 설명했다.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면 마스크 착용 해도 되나 

국내 방역 당국과 의협은 보건용 한 번 사용한 보건용 마스크를 또 써도 되는지와 면 마스크 대신 착용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르다. 의협은 마스크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살균 및 건조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재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면 마스크 사용도 권고하지 않았다. 

반면 식약처는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한 경우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이 가능하다면서 환기가 잘되는 깨끗한 곳에 보관한 후 재사용하라고 설명했다. 또 질본과 식약처는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기침・재채기 등으로 타인의 침방울이 직접 닿지 않도록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박종혁 대변인은 “인플루엔자 관련 논문 중에는 보건용 마스크가 아니라 면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는 논문도 있다”면서 “안 쓴 것만 못하다는 보고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종혁 대변인은 “마스크를 언제 누가 써야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갈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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