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과대포장 단속한다지만 지자체에 떠넘기기 바뻐
과대포장...소비자가 인지할 명확한 고시없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매장에서 판매되는 선물세트 (김형수 기자) 2020.1.21/그린포스트코리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매장에서 판매되는 선물세트 (김형수 기자) 2020.1.2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환경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설 선물세트 과대포장 집중 점검에 나섰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대포장된 선물세트가 판매되는 중이다. 전국 자자체에 공무원들에게 단속 업무를 떠넘긴 환경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달 17일부터 20일까지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장을 찾아 설 선물세트   진열대를 둘러봤다.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한 환경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점포에 설치된 설 선물세트 매대에서는 3차 포장을 넘어 4차 포장까지 된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환경부가 이달 중순 설 선물세트 과대포장을 단속하는 데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는 가공식품・음료・주류 등 먹거리, 화장품 및 세제류 등, 완구・인형류 및 잡화 등으로 이뤄진 제품은 2차 이내로 포장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달 24일까지 과대포장 집중점검을 실시한다는 환경부의 발표와 달리 유통매장에서 단속 활동을 실제로 벌이는 이들은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이다. 현장 검사를 나간 지자체 공무원들이 포장기준 위반이 의심되는 제품에 대해 포장검사명령을 내리면, 제조사가 포장검사기관으로부터 받은 감사성적서를 기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환경부 발표에도 대형마트에서는 과대 포장이 의심되는 선물세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판매 중이던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끈 포도 샤인머스캣 2송이와 한라봉 4개로 이뤄진 ‘샤봉 세트’에 담긴 샤인머스캣은 비닐로 한 번, 그물모양의 스티로폼 포장재로 또 한 번, 박스로 또 한 번 포장된 상태였다. 상자를 보자기로 감싸거나 쇼핑백 등에 담는다면 4차 포장까지 이뤄지는 셈이다. ‘담양한과 백련세트’, 담양한과 연화세트’ 등 다양한 종류의 한과로 구성된 선물세트도 유산지컵, 플라스틱 트레이, 선물세트 상자 등 3차 포장이 된 채로 진열돼 있었다.

한 대형마트 매대에 다양한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김형수 기자) 2020.1.21/그린포스트코리아
한 대형마트 매대에 다양한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김형수 기자) 2020.1.21/그린포스트코리아

홈플러스 합정점 매대에서 놓여있던 ‘엔비(envy)’ 사과 세트는 사과를 한알 한알 정성스레 여러차례 포장한 선물세트였다. 한 알씩 비닐로 포장된 사과는 사과 하나 크기에 딱 맞게 제작된 작은 종이 상자 안에 담겨 있었고, 이 작은 종이상자 12개는 다시 커다란 박스에 들어있었다. 

그 옆에 진열된 ‘상주왕둥시 곶감세트’에는 작은 플라스틱이 가득했다. 곶감은 하나하나 플라스틱 트레이와 플라스틱 뚜껑으로 이뤄진 작은 포장 용기에 담겨 있었다. 한 상자에 이같은 방식으로 포장된 곶감이 24개이니 ‘상주왕둥시 곶감세트’ 하나를 사면 플라스틱 쓰레기 48개가 생기는 셈이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진열대에 놓인 선물세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샤인머스캣 5송이로 이뤄진 선물세트는 4차 포장이 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닐, 종이, 그물형 스티로폼 포장재는 차례대로 샤인머스캣을 한송이씩 감싸고 있었고, 이런 방식으로 3차 포장된 샤인머스캣들은 커다란 종이 상자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작은 플라스틱 용기로 개별 포장된 곶감 선물세트, 종류별로 원형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견과류를 다시 종이 상자에 넣은 선물세트 등도 눈에 띄었다.

그나마 직접 매장을 찾아 선물세트를 고르는 고객들은 포장재가 얼마나 많이 쓰였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고를 수 있지만, 온라인몰에서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환경을 생각해 포장재를 덜 사용한 선물세트를 사고 싶어도 쉽지 않다. 온라인몰에는 선물세트 포장을 끝낸 제품이 아니라 포장이 전혀되지 않은 제품 그 자체의 이미지만 게시된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제품의 경우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만큼 정확한 포장고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품 설명 어디에도 어떻게 포장돼 있는지 설명은 전혀없다.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설 선물세트를 샀다가 ‘환경 호갱(호구+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과대포장 과태료가 1차 위반 100만원, 2차 위반 200만원, 3차 위반 300만원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목인 명절 연휴에 유통업체들이 거둬들이는 수익보다 과태료 액수가 너무 적다는 비판이다. 

지난해에는 명절 선물세트 과대포장 적발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설 49건, 2019년 설 48건으로 50건을 밑돌았던 포장기준 위반 제품 건수는 지난해 추석 62건으로 10건 이상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도 과대포장 단속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정부가 단속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 변화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부장은 “과대포장 단속 매년 하는데 예외적으로 포장 허용을 규정이 있어 기업들이 빠져나갈 길은 많다”면서 “소비자들이 멋있고 화려한 제품을 원해 기업들이 그런 상품을 만드는 만큼 정부는 단순히 과대포장을 규제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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