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한입①] 오히려 고기를 부른 ‘비욘드미트’
[비건한입①] 오히려 고기를 부른 ‘비욘드미트’
  • 김형수 기자
  • 승인 2019.12.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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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업계에서는 요즘 ‘21세기 연금술’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피와 살로 이뤄진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베지테리안 시장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베지테리언, 비건 음식은 차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채식 메뉴를 먹어봤다. 
-편집자 주-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 (김형수 기자) 2019.12.15/그린포스트코리아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 (김형수 기자) 2019.12.15/그린포스트코리아

2009년 설립된 비욘드미트는 지난 5월 나스닥 상장 하루 만에 시가총액 38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에 달하는 ‘유니콘 상장기업’으로 성장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비욘드미트(Beyond Meat)가 식물성 재료로 생산하는 대체육도 덩달아 회자됐다. 한국에도 얼마 전부터 비욘드미트가 만드는 대체육 제품이 수입되고 있다. 고기를 넘어섰다는 비욘드미트는 얼마나 맛있을까. 

지난 11일 저녁, 비욘드미트의 햄버거 패티를 먹어봤다. 비욘드미트 햄버거 파티는 마켓컬리에서 1만2900원에 주문했다. 한 팩에 패티 두 장(합 227g)이 들어있다. 호주산 와규로 만든 햄버거 패티 두 장(합 300g)이 한 팩으로 이뤄진 상품 가격이 1만3900원이니 가격은 보통 소고기로 만든 제품과 비슷했다. 

비욘드미트는 콩・현미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 코코아와 오일・해바라기유・카놀라유에서 추출한 지방 등을 활용해 대체육을 생산한다. 색깔은 비트 주스, 사과 등의 재료를 활용해서 낸다. 

종이 포장을 벗겨내니 비닐로 위가 막힌 플라스틱 트레이에 패티 두 장이 들어있었다. 소고기의 붉은색보다는 돼지고기의 분홍색에 가까운 빛깔이 나 겉보기엔 고기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다. 

비닐포장을 뜯어내고 가열하지 않은 패티의 냄새를 맡아봤다. 옛날 싸구려 분말약이 떠오르는, 전혀 자연적이지 않은 데다 화학의 기운이 풀풀 느껴지는 거북한 냄새가 코를 탁 찔렀다. 분명 생고기가 내는 냄새와는 거리가 매우 멀었다. 소, 돼지, 닭, 양 등 익숙한 육항 어느 것과도 매우 다른 인공적 합성물의 냄새였다. 

포장지에 적힌 레시피를 따라 구우니 패티는 심하게 탔다. (김형수 기자) 2019.12.15/그린포스트코리아
포장지에 적힌 레시피를 따라 구우니 패티는 심하게 탔다. (김형수 기자) 2019.12.15/그린포스트코리아

종이 포장지에 적힌 레시피를 따라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패티를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라이팬에서는 불이 난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대량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한순간 주방은 물론 주방과 연결된 거실까지 연기가 자욱해지며 너구리소굴로 변신했다. 

신기하게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았는데도 패티는 프라이팬에 둘러붙지 않았다. 소고기로 만든 보통 패티를 구울 때처럼 중불에 올인 패티를, 레시피에 나온대로 4분 후 뒤집었다. 프라이팬과 4분간 닿아있던 면은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레시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싶어 뒤집은 뒤에는 2분만 프라이팬 위에 올려뒀다가 아이폰 알람이 울리자마자 재빨리 접시로 패티를 옮겨 닮았다. 4분간 구워진 면보다는 덜했지만 2분 동안 가열한 면도 먹기가 꺼려질 정도로 탔다. 칼로 반을 갈라보니 내부는 잘 익은 패티 색깔이었다. 

심하게 오버쿡을 한 뒤였지만 가열하기 전에 났던 거북한 화학약품 냄새는 가시지 않고 그대로였다. 식감은 얼추 소고기로 만든 패티와 비슷했다. 그런데 기름기가 부족해 뻑뻑했다. 약간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구운 고기의 고소함과는 그 차이가 상당히 컸다. 

그대로 먹기는 힘들어 냉장고에서 케찹과 머스타드를 꺼내왔다. 케찹을 찍으면 케찹 맛, 머스타드를 찍으면 머스타드 맛이었다. 기본적으로 패티가 지닌 맛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패티 자체가 별다른 맛을 지니고 있지 않아 케찹과 머스타드 맛에 완전히 덮혀버려 존재감이 사라졌다. 

햄버거나 고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셰프가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밑간을 하고, 환상적인 불조절 스킬을 발휘해서 조리하면 맛있어질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없을 무’자 ‘무 맛’이었다. 이걸 고기 대신 먹어야 한다니 섭섭하다는 심정이 들 정도였다. 

결국 햄버거 패티 한 장을 다 먹지 못했다. 대체육 하나로 세계적인 히트를 친 업체에서 만들었다길래 생겼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케찹을 찍고, 머스타드를 찍어 먹으며 노력해봐도 반 개를 먹으니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조리된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 단면은 잘 익은 고기 색이 났다. (김형수 기자) 2019.12.15/그린포스트코리아
조리된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 단면은 잘 익은 고기 색이 났다. (김형수 기자) 2019.12.15/그린포스트코리아

비욘드미트의 햄버거 패티는 그 자체로 맛이 풍부하지 않다. 하다못해 포장지에 적은 레시피라도 좀 더 섬세하고 꼼꼼하게 적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올리브유나 포도씨유를 사용해서 부족한 기름을 채우는 방법은 없는지, 불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쪽면을 굽는 시간은 4분인 2분인지, 패티를 뒤집는 타이밍은 언제인지 등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할 필요가 있다. 

고기를 대신하기 위한 대체육이지만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를 먹고나니 육식을 향한 욕구가 해소되기는커녕 고기가 더 먹고 싶어졌다. 결국 다음날 퇴근길에 진짜 소고기를 사러 집앞에 있는 마트를 찾았다. 저녁에 육즙이 줄줄 흐르는 소고기 한판을 구워먹었다.

이든 브라운(Ethan Brown) 비욘드미트 창립자 겸 CEO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비욘드 미트는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왜 고기를 만드는 데 동물이 필요한가? 왜 식물성 재료로 고기를 만들 수 없나? 그건 가능했다. 그래서 우리는 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식물성 고기들이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에게 당신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 건강, 지속가능성, 동물 복지 등 식물성 단백질 사용에 따른 여러 굉장한 점을 느끼면서. 우리는 음식을 바꿀 수 있고, 넘어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를 먹고 난 뒤 떠오른 질문은 딱 두 글자다. “정말?”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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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건 2020-02-21 17:08:55
    대체육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상세한 레시피를 제공해야 하는 것도 맞고, 채식인을 위해서라도 대체육이 더 맛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고기와 똑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고 대체육이 비판 받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식물성인데 동물성이랑 완전히 같은 맛을 내기는 어렵겠죠. 맛보다 중요한 건 의미입니다. 고기는 동물의 고통과 잔혹한 죽음을 통해 생산되지만 대체육은 그렇지 않죠.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윤리적 식생활을 하면서도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삶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입니다. 대체육이 너무 맛없고 요리하기도 어려워서 진짜 고기를 사와서 구워 먹었다는 내용에서는 동물의 희생에 대한 어떤 고려도, 윤리적 성찰도 엿보이지 않네요. 숲은 못 보고 나무만 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