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한입②] “통밀로 만들었는데 콩맛이 나네”…엔네이처 제로미트 까스
[비건한입②] “통밀로 만들었는데 콩맛이 나네”…엔네이처 제로미트 까스
  • 김형수 기자
  • 승인 2019.12.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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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업계에서는 요즘 ‘21세기 연금술’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피와 살로 이뤄진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베지테리안 시장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베지테리언, 비건 음식은 차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채식 메뉴를 먹어봤다. [편집자 주]

롯데푸드가 선보인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 (김형수 기자) 2019.12.20/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푸드가 선보인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 (김형수 기자) 2019.12.2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채식 문화가 퍼지는 것에 발맞춰 대체육 개발에 열을 올리는 식품업계가 모방하려는 대상은 소고기에 그치지 않는다. 롯데푸드가 올해 4월 출시한 ‘엔네이처 제로미트’는 닭고기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굴지의 국내 대기업 계열사가 약 2년 동안의 연구 끝에 내놓은 비건 식품은 어떤 맛일까. 이달 17일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이하 크리스피 까스)를 먹어봤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주문한 크리스피 까스 봉투를 여니 크리스피 까스 5장이 들어있었다. “순식물성 100%로 만든! 비건도 즐기는 바삭한 돈가스”라는 인터넷쇼핑몰의 소개 문구와 달리 크리스피 까스는 치킨까스의 대체품으로 개발된 먹거리였다. 롯데푸드 홈페이지에 게시된 설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닭고기의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다”는 롯데푸드의 설명과 “실제 돈가스에서 느낄 수 있는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감칠맛을 전해요”라는 인터넷 쇼핑몰의 소개문구는 서로 충동했다. 

튀김옷을 입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크리스피 까스는 겉으로 보기엔 지금까지 수없이 먹어왔던 치킨까스나 돈까스와 외양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한 장을 꺼내 무게를 달아보니 저울에는 109g이 표시됐다. 한 봉지 중량이 500g이라고 표시된 포장재 문구보다 무게가 조금 더 나가는 셈이다.

포장재에 표시된 영양성분표를 보니 패티 한 장에 해당해는 100g당 단백질은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29%에 해당하는 16g이 들어있었다.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 함유량은 0g.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다만 나트륨이 580㎎(29%)로 다소 높았다. 크리스피 까스 한 장당 열량은 186㎉로 밥 한공기 열량(272㎉)을 밑돌았다.

조리하기 전 크리스피 까스에 코를 가져가보니 구수한 곡물의 냄새가 느껴졌다. 미숫가루 혹은 인절미에 묻은 콩고물이 떠오르는 냄새였다. 역하거나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닭고기에서 나는 육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통밀에서 100% 순식물성 단백질만을 추출해 만들었다고 롯데푸드는 설명했지만 달리 날밀가루 냄새는 느끼기 힘들었다. 오히려 “밀 단백질을 사용했기 때문에 콩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육류 제품과는 달리 콩 특유의 냄새가 없다”다는 롯데푸드의 소개와 다르게 크리스피 까스에선 밀보다 콩에 가까운 냄새가 풍겼다.

레시피를 따라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를 에어프라이어에 14분 동안 돌렸지만 잘 조리되지 않았다. (김형수 기자) 2019.12.20/그린포스트코리아
레시피를 따라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를 에어프라이어에 14분 동안 돌렸지만 잘 조리되지 않았다. (김형수 기자) 2019.12.21/그린포스트코리아

크리스피 까스는 최근 가정마다 부엌에 하나씩 자리잡은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해 조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기름이 튀고, 설거지도 힘든 보통 튀김방식 대신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해 먹기로 했다. 포장지에 적힌 레시피를 따라 냉동칸에서 방금 꺼낸 크리스피 까스 1장의 표면에 식용유를 바르고 180℃로 온도를 설정한 에어프라이어에 14분 동안 돌렸다.

14분이 지났다며 에어프라이어가 내는 신호음을 듣고 열어본 에어프라이어 바스켓 속 크리스피 까스 표면은 여전히 흰색이었다. 아직 덜 된 것 같아 크리스피 까스를 한 번 뒤집은 후 180℃에 2분을 더 조리했다. 

다시 2분이 지난 후 에어프라이어에서 나온 크리스피 까스의 색은 거의 그대로였다. 잘 튀겨진 튀김처럼 겉이 노릇노릇하지도 않고, 겉에 묻은 식용유만 번들거리며 형광등 빛을 반사할 뿐이었다. 제대로 익지 않은 음식처럼 보여 이미 레시피에 나온 시간보다 더 오래 조리된 상태였지만 먹기가 꺼려졌다. 재차 뒤집은 크리스피 까스를 180℃에 5분간 더 가열했다.

에어프라이어가 네번째 알림음을 울리고 나서야 크리스피 까스는 옅은 노란색을 띄었다. 14분간 조리하도록 돼 있는 크리스피 까스를 23분이나 더 가열한 셈이다. “180℃에서 약 10분간 조리하면 간편하게 완성할 수 있다”는 롯데푸드의 조리법과는 차이가 있었다. 

에어프라이어 바스켓에서 꺼내 접시에 옮겨 담은 크리스피 까스에서는 치킨까스라기보다는 갓 구운 빵에서 나는 향기에 가까운 냄새가 올라왔다. 칼로 자르니 바삭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났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크리스피 까스의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색 속살은 잘 익은 닭고기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에 케찹과 돈까스 소스를 찍어 먹었다. (김형수 기자) 2019.12.20/그린포스트코리아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에 케찹과 돈까스소스를 찍어 먹었다. (김형수 기자) 2019.12.21/그린포스트코리아

한입 크게 베어문 크리스피 까스의 식감도 진짜 닭고기와 매우 비슷했다. 코를 막고 먹었으면 구별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기름을 많이 발라서 그런지 자를 때 들렸던 소리보다 바삭하지는 않았다. 여러차례 씹으니 입안에서는 조리하게 전에 맡았던 콩 냄새가 감돌았다. 가열을 했기 때문인지 이번엔 데운 두유에서 나는 고소한 향이 떠올랐다.

케찹, 돈까스소스 등 누구나 집 냉장고에 있을법한 소스와의 궁합도 나쁘지 않았다. 소스의 풍미가 콩냄사와 맛을 가려줘 좀 더 진짜 닭고기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가운데 조각은 조직이 단단한 두부와 비슷한 식감을 냈다면, 상대적으로 튀김옷이 많이 붙어있는 가장자리 조각은 바삭한 식감이 강했다. 닭고기와 결이 다르기는 했지만 그 나름대로 어른의 입맛에 잘 맞을 듯한 맛있는 맛을 지니고 있었다.

롯데푸드는 “고기의 근 섬유를 재현하고 닭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다”며 “과거 콩고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소 퍽퍽한 식감 대신 육류와 흡사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겉면에는 식물성 플레이크로 튀김 옷을 입혀 바삭바삭한 맛을 더했다”고 했다. 수긍하기 어려웠던 다른 설명과 달리 이번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신가하게도 에어프라이어에서 나온 지 가장 오래된 마지막 여섯번째 조각은 다섯번째 조각보다 조금 더 바삭했다.

[비건한입①]을 역한 냄새에 괴로워하며 절반도 채 먹지 못했던 비욘드미트의 햄버거 패티보다 나았다. “누가 먹어도 틀림없이 닭고기라고 할 거야”하고 하기는 힘들지만 두유가 연상되는 고소한 냄새, 단단한 두부같은 식감은 그 자체로 한 번쯤 먹어볼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alia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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