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업계에서는 요즘 ‘21세기 연금술’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피와 살로 이뤄진 동물을 죽이지 않고,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다. 베지테리안 시장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베지테리언, 비건 음식은 차차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연금술’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을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다양한 채식 메뉴를 먹어봤다. [편집자 주]

롯데푸드가 선보인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 (김형수 기자) 2019.12.28/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푸드가 선보인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 (김형수 기자) 2019.12.28/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이번에는 [비건한입②]에 이어 롯데푸드에서 출시한 비건 음식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너겟(이하 크리스피 너겟)’을 먹어봤다. 지난번에 다룬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와 마찬가지로 닭고기를 모방 대상으로 삼아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달 24일 저녁 지퍼백이 부착된 포장팩을 열어보니 튀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튀김류 가정간편식이 으레 그렇듯이 허여멀건한 튀김옷을 입은 너겟이 여럿 들어있었다. 지난편에서 다뤘던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이하 크리스피 까스)’ 때처럼 이번에도 날 콩가루, 또는 미숫가루 같은 냄새가 풀풀 올라왔다.

롯데푸드가 의도한 맛을 보기 위해 포장팩에 적힌 레시피를 충실히 따랐다. 레시피는 후라이팬을 사용하는 방식과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조리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었다. 주방 여기저기 기름이 튀어 뒷처리가 골치아플 후라이팬용 조리법 대신 에어프라이어용 레시피를 따라하기로 했다. 에어프라이어를 써서 조리하는 레시피는 두 단계밖에 되지 않는다. 

1. 냉동상태의 크리스피 너겟 7개를 에어프라이어에 겹치지 않게 놓고 표면에 식용유를 골고루 발라 주세요.

‘그래도 크리스피 너겟 10개는 해야겠지’ 싶은 마음에 10개를 꺼냈다가 뒤늦게 레시피를 다시 체크하고 3개는 다시 포장팩에 넣었다. 에어프라이어 바스켓에 종이호일을 깔고 크리스피 너겟 7개를 올린 뒤 앞뒤로 뒤집어가면서 포도씨유를 뿌렸다. 포도씨유가 묻지 않은 곳이 없도록 숟가락으로 표면에 포도씨유를 골고루 펴서 발랐다. 

2. 약 180℃에서 약 10분간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해 기름걱정 없이 가볍게 드세요. 조리 중 약 5분이 지났을 때 제품을 뒤집어주시면 더욱 바삭해집니다. 
*제품이 차가운 경우 약 1분씩 더 조리하여 드세요.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를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헀다. (김형수 기자) 2019.12.28/그린포스트코리아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까스를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헀다. (김형수 기자) 2019.12.28/그린포스트코리아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지 5분이 지난 후에 크리스피 너겟 뒤집는 일을 까먹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에어프라이어가 180℃에서 5분 동안만 돌아가도록 설정한 뒤 시작 버튼을 눌렀다. 5분이 지난 뒤 에어프라이어 바스켓을 꺼내 7개의 크리스피 너겟을 뒤집고 다시 180℃에 5분을 돌렸다.

레시피에 적힌 대로 180℃로 설정한 에어프라이어에 총합 10분을 가열한 뒤 바스켓을 꺼냈다. 레시피를 충실히 따라서 조리했지만 크리스피 너겟은 노릇노릇하기는커녕 여전히 튀겨지기 전 하얀색에 가까운 빛깔이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차갑지는 않았지만 아직 조리가 덜된 것 같아 크리스피 너겟을 입에 가져가기는 꺼려졌다. 

크리스피 까스 때처럼 이번에도 레시피에 나온 시간보다 더 오래동안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기로 했다. 크리스피 너겟을 세 번째로 180℃에 5분 더 돌리고 나서도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 180℃, 5분에 맞춘 에어프라이에 네 번째로 가열한 뒤에야 크리스피 너겟은 튀김하면 떠오르는 황금빝 노란색을 띄었다.

접시에 옮겨담은 크리스피 너겟을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포장팩에 명시된 레시피보다 두 배에 해당하는 시간동안 크리스피 너겟을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했음에도 크리스피 너겟은 하나도 바삭바삭하지 않았다. 두 번 뒤집으며 조리한 게 무색할 정도로 아랫면은 기름을 흠뻑 빨아들였기 때문이지 튀긴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튀김처럼 눅진눅진했다. 

‘엔네이처 제로미트’라는 같은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이라서 그런지 크리스피 까스처럼 크리스피 너겟에서도 인절미에 묻은 콩고물이나 두유가 연상되는 냄새가 났다. 눈을 가리고 냄새를 맡으면 크리스피 까스와 구별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베어물자 드러난 단면은 진짜 닭고기로 만든 너겟과 모양이 대단히 비슷했다. 식감도 진짜 닭고기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퍽퍽한 닭가슴살도, 쫄깃쫄깃한 닭다릿살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있던 크리스피 너겟의 식감은 닭고기와 많이 닮아 있었다. 다만 덩어리 고기를 그대로 쓴 게 아니라 완자나 함박스테이크 패티를 만들 듯 덩어리 고기를 곱게 갈아서 다시 뭉치는 방식으로 만든 고기의 식감에 가까웠다.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너겟에 케찹과 머스타드를 찍어 먹었다. (김형수 기자) 2019.12.28/그린포스트코리아
엔네이처 제로미트 크리스피 너겟에 케찹과 머스타드를 찍어 먹었다. (김형수 기자) 2019.12.28/그린포스트코리아

케찹과 머스타드가 지난 향이 세서 그런지 먹으면 먹을수록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를 먹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에 올라온 후추같은 옅은 매운향은 ‘지금 당신이 먹고있는 음식음 인절미가 아니라 너겟’이라고 주장할 따름이었다.   

크리스피 까스보다 냉장고 냉동칸에 일주일 정도 더 있었다고 그런지 크리스피 너겟에서는 오랫동안 냉동칸에 있던 음식을 꺼내 먹으면 나는 냉동칸 냄새도 풍겼다. 케찹과 머스타드를 꺼내 찍어먹으니 냉동칸 냄새도, 인절미 콩고물 냄새도 가려져 좀 더 진짜 닭고기로 만든 너겟에 가까웠다.  

옆에서 삼촌을 구경하던 네 살 조카는 ‘나도 하나 먹을래’하고 달려와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오물오물 한입을 먹은 사촌조카는 한마디를 내뱉은 뒤 먹던 크리스피 너겟 조각을 내려놓고 유유히 화분을 구경하겠다며 사라졌다.

“맛있는데 별로야.”

크리스피 까스와 너겟을 모두 먹어본 총평을 조카에게서 듣는 기분이었다. 비욘드미트 패티처럼 역한 냄새도 나지 않고, 간도 세지 않아 입에 넣는 데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다 먹고난 뒤에는 입안에 기분나쁜 맛이나 향도 남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면 세 조각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비건 음식을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레시피가 아쉬웠다. 크리스피 너겟 7개에 기름은 몇 숟갈, 혹은 몇 ㏄를 발라야 하는지, 180℃로 맞춘 에어프라이어에는 얼마나 돌려야하는지에 관한 레시피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이라면 좀 더 바삭바삭하고 맛있는 크리스피 까스와 너겟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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