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연구 보고서 숨겨온 정황 드러나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보고서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가습기특별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위반 혐의로 SK케미칼·SK이노베이션 회사법인과 박철 SK케미칼 부사장과 실무 책임자를 지난 16일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환경부 현장조사 당시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연구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고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제정된 가습기특별법은 환경부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현장 조사에서 거짓된 자료나 물건을 제출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SK케미칼이 지난 1994년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팀이 진행한 ‘가습기살균제의 흡입 독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숨겨온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환경부는 SK케미칼 법인과 조사 참여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부사장은 이미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 부사장의 혐의는 2013년 가습기살균제 TF 를 구성해 유해성 보고서를 직원들에게 은닉하게 하고, 관련 보고서를 조직적으로 폐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가습기특별법 위반 혐의로 박 부사장을 추가 기소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그룹 임원평가에 사회적 가치 평가 항목을 50% 이상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번 SK 계열사의 검찰 기소는 더 충격적이다.

SK그룹이 사회적 가치측정 결과를 매년 계열사별로 공개하고 경영핵심평가지표에 50%를 반영하기로 했지만 SK 측도 현실적으로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성과 △법규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 적이 있었다.

한편, 검찰은 조만간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안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청구했지만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song@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