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2035년까지 1.3조달러 동원"
산유국 반발에 '화석 연료 퇴출' 명시 불발

브라질 벨렝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대규모 기후 재정 패키지에 합의했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는 최종 결정문에서 제외돼 '미완의 합의문'을 발표하는데 그쳤다.
23일 국제연합(UN)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총회 참가국 대표단은 예정된 회의 종료일을 하루 넘긴 22일(현지시간) 오전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채택된 최종 합의문은 각국이 2035년까지 연간 1조3천억 달러(약 1,800조 원)를 기후행동에 동원하기로 합의했다.
해수면 상승, 폭풍, 가뭄 등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3배로 늘리는 것이다. 손실·피해 기금의 운영 체계도 확정됐다.
이번 총회 결과, 파리협정 이행 가속화를 위한 두 가지 주요 이니셔티브가 출범했다. NDC와 적응계획 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이행 가속기구(Global Implementation Accelerator)'와 '벨렝 미션 투 1.5(Belém Mission to 1.5)' 등이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를 목표로 설립한 자발적 이니셔티브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새로운 경제가 부상하고 있는 반면, 오염을 일으키는 낡은 경제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기후 야망과 글로벌 연대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80개국 지지에도 '화석연료' 문구 실종
하지만 80개국 이상이 지지했던 브라질의 '화석연료 로드맵' 제안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마지막 회담 시간까지 초안 텍스트에 포함됐던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문구는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최종 합의문은 지난해 COP28에서 합의된 'UAE 합의'의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표현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이 불참했고, 산유국들의 영향력으로 기후위기 대응에있어 국제적 분열이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원인인 화석연료 연소 문제가 에너지 전환 논의로 미뤄지면서 남미와 유럽연합(EU) 협상가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브라질 과학자 카를루스 노브레는 최종 본회의에서 "2040~204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이 제로가 되지 않으면 금세기 중반까지 최대 2.5도의 치명적인 기온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경우 산호초의 거의 완전한 소멸, 아마존 열대우림 붕괴, 그린란드 빙상의 급속한 융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기후 허위정보 대응 첫 명문화
이번 COP30는 처음으로 기후 허위정보 대응 필요성을 공식 인정했다. 정보 무결성 증진과 과학 기반 행동을 저해하는 왜곡된 정보에 대응하겠다는 약속이 결정문에 담겼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주 정상회담 개막식에서 "진실의 COP"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기후 허위정보 대응의 명문화는 앞으로 기후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진전이란 평가다.
앙드레 코레아 두 라고 COP30 의장은 "여러분 중 일부가 더 큰 야망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청년과 시민사회가 우리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향후 두 가지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나는 산림파괴 중단 및 복원, 다른 하나는 화석연료에서 공정하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글로벌 이행 가속기' 등 새 이니셔티브 출범
합의문은 각국의 국가온실감출목표(NDC) 이행을 돕기 위해 '글로벌 이행 가속기구'와 '벨렝 미션 1.5℃'라는 두 가지 새로운 이니셔티브 출범을 담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남아프리가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아마존의 관문에서 당사국들은 국가들이 단결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도전에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COP는 합의 기반이며 지정학적 분열 시기에는 합의가 더욱 어렵다"며 "COP30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1.5도 초과는 엄중한 경고"라며 "깊고 빠른 배출 감축과 대규모 기후 재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 타결...다자주의 생존 입증
합의 도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주 말 원주민 단체들이 아마존 보호 강화를 요구하며 봉쇄에 나섰고, 목요일 오후 회의장 화재로 핵심 국면에서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협상가들은 금요일 밤을 새우며 재정과 야망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의장국인 브라질은 과거 COP 합의 이행에 초점을 맞춰,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주력했다.
스틸 사무총장 COP30 폐막 연설에서 "파리협정 이행 가속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 적응 금융 3배 확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약속 등 일련의 주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회가 폭풍같은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 열릴 것이란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며 "부정, 분열, 지정학이 국제 협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COP30은 1.5℃ 목표를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다"며 "우리는 여전히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싸움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COP30은 끝났지만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며 "행진하고 협상하며 동원한 모든 이들이 더 높은 야망과 연대를 계속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포기하지 말라. 역사와 유엔은 여러분 편"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