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 → 2030년 30%' 로드맵 확정
'수요-공급-인증' 4개 기관 공조, '폐플라스틱' 고품질 유통망 선제적 정비
원가부담 경감 조치 등 실질적 인센티브 설계가 관건

무색페트병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안내 이미지. /기후에너지환경부
무색페트병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안내 이미지.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년 1월, 국내 페트병 순환 경제의 전환이 시작된다.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최종 의결됐다. 이에 따라 연간 5000톤 이상의 PET병을 사용하는 먹는샘물 및 비알코올 음료 제조업체는 제품 생산 시 최소 10%의 재생원료(rPET)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지난 1년간,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과 산업계의 ‘원가 상승’·‘수급난’ 우려 사이의 간극은 정책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령을 확정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구체적인 민관 공조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논쟁은 이제 ‘할 수 있는가’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정부, 수급·품질 문제없음 공식 선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9월, 2030년까지 재생원료 의무사용에 따른 수요량과 공급 가능량을 분석한 결과, “재생원료 수급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면서 산업계가 우려해 온 수급과 품질 문제에 대한 확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또한, 재생원료 사용 시 식음료용 PET 병의 용기·내용물 품질 변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처·업계가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간 공동 품질모니터링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재생원료 사용 후에도 용기 및 내용물의 상태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제도 시행을 앞둔 정부의 공식 발표는, 산업계가 우려해 온 ‘수급 불확실성’ 및 ‘품질 저하 리스크’를 확인하고, 제도 실행 단계로의 전환을 알리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근거를 명확히 했다.

글로벌 스탠다드, 선택 아닌 필수... 민관 4자 협력체 출범

(왼쪽부터) 이명환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 계성경 컨트롤유니온코리아 대표, 정재웅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이사, 김동진 포장제공제조합 이사장이 협약식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번 조치는 규제가 아닌 국제적 표준을 맞추기 위한 필수 행보다. 유럽연합(EU)은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 30%의 재생 PET 사용을 의무화했고, 영국은 이미 2022년부터 30% 미만 사용 시 플라스틱 포장세를 부과하고 있다.

국내 로드맵 역시 2026년 10%에서 2030년 30%를 목표로 설정, 국제적 추세에 맞춰 국내 순환경제 생태계를 육성하고자 하는 순환경제 국정 과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 정책 확정과 동시에, 산업계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실질적 공조 시스템도 가동했다. 지난 10일 한국환경공단(관리),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공급), 컨트롤유니온코리아(인증)으로 구성된 기존 3자 협력체에, 재생원료 수요자이자 법적 의무 이행 주체인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합류하면서 4자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이번 협약은 산업계가 그간 지적해 온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생원료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은 ‘인증된 고품질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공급 기업들은 ‘고품질로 만들어도 판로가 불확실하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협약 체계는 인증 체계와 비용 지원을 통해 이러한 간극을 줄이는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협약식에 참여한 각 기관장들은 이번 4각 공조가 '기업의 선제적 대응'을 돕고 '재생원료 품질을 국제적 수준으로 확보'하며, '시장에 최적화된 관리 체계'를 구축해 기업 경쟁력과 해외 규제 대응을 동시에 지원하기 위한 '확고한 약속'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 단계 과제... '총량·기술·비용' 3박자 맞아야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민관 공조가 본격 가동되면서, 기존의 문제들은 이제 실행 단계의 새로운 과제로 전환되고 있다.

먼저 고품질 재생원료 총량 확보가 필요하다. 4각 협력 체계가 유통망 정비를 담당하지만, 시장 전체 원료 총량 자체를 늘리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자원순환보증금제(DRS) 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나, 소상공인의 부담 등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신중한 설계와 단계적 시행이 요구된다.

또한,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해중합, 플라스틱을 분자 수준까지 분해하는 과정) 상용화가 관건이다. 한 산업계 전문가는 "10% 의무 사용률은 기존 기계적 재활용으로 대응 가능하지만, 반복 재활용 시 품질 저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2030년 30%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실질적 유인 설계가 필요하다. '포장재 재활용시장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원료 가격은 비재생원료 대비 1.5~2배까지 높아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따른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만으로는 기업 부담을 상쇄하기 어렵다. 이에 4각 협약 체계에서는 인증비 감면뿐 아니라 EPR 분담금 감면 등 원가 부담 경감 조치를 마련,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2030년 목표 달성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고응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재생원료 사용의무 제도는 순환경제사회로 가는 가장 핵심적인 제도"라며, "무색페트병을 시작으로 더 많은 재질과 품목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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