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아스,'친환경 프리미엄 가구' 제작, 정상회의장, 귀빈실 등에 배치
기업-정부-공공기관 손잡고 순환경제 생태계 모범 사례로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지난 3월 안동 산불이 남긴 상처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한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지난 3월 안동 산불이 남긴 상처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한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지난 3월 안동 산불이 남긴 상처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한다. 서울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숲을 불태운 이 참사의 피해목들이 프리미엄 가구로 변신해 세계 정상들을 맞이하는 것이다.

버려지는 자원을 국가 자산으로

APEC 정상회의 공식 가구 협찬사인 코아스(대표 민경중)가 성공적으로 추진한 산불 피해목 재활용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업의 사회 공헌을 넘어선다. 일반적으로 산불 피해목의 약 90%가 소각 폐기 처리되는 현실에서 이번 사업은 국가적 자원 손실을 경제적 기회로 전환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코아스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경상북도, 목재 가공 전문기업인 동화기업 등과의 협력을 통해 견고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이는 정부-공공기관-민간기업이 함께 만드는 순환경제 생태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세계 정상들이 마주할 '친환경 럭셔리'

정상회의장, 정상 집무실, 귀빈 대기실 등 주요 공간에 배치될 친환경 프리미엄 가구는 총 17종 142점으로 약 3억 원 규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앉게 될 '마론(MARUON) 체어'는 기술력과 친환경성의 결합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천연 대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바이오 가죽(BAM-P Leather)을 적용한 이 의자는 80% 이상의 바이오 기반 소재로 제작되어 탄소발자국 감축은 물론 인체 무해성과 항균·탈취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해외 제품의 바이오 ECO 함유율이 30~5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코아스 제품은 기술 격차를 확실히 벌린 상태다.

국내 목재 자급률 제고의 발판

코아스의 야심은 더 크다. 현재 18.5% 수준인 국내 목재 자급률을 8년 내에 현저히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경영 전략이 아닌 에너지 안보와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국정 과제다.

더불어 코아스가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친환경 조달가구 인증제도'는 산업 표준화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산불 같은 자연재해에서 비롯된 산림 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제도가 정착되면, 유사 재해 발생 시에도 이를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재해의 혁신적 전환, ESG 경영의 실제

민경중 코아스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숲의 상처를 의미 없이 지워버리지 않고 국가의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재해를 혁신으로 바꾸는 대한민국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산 피해목 활용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NDC)과 산업·지역 상생의 ESG 모델 실현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피해 지역의 경제 활성화, 신규 일자리 창출, 산림 재생에 대한 투자 촉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APEC 정상회의 종료 후 모든 협찬 가구를 기부하겠다는 코아스의 결정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는 단기적 수익 추구를 넘어 국가 위상 제고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우선하는 경영 철학을 반영한다.

세계 경제 무대에 서는 우리 정상들이 앉는 의자가 국내 산불 피해목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재해 극복의 의지, 친환경 기술력, 순환경제 실현 능력을 세계에 동시에 보여주는 장이 되는 것이다.

코아스의 이번 도전이 단순한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국내 산업 구조 전환과 자원순환 경제의 확산으로 이어진다면, 안동 산불의 상처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로 재해석될 것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친환경 회의'

한편, 이달 말 경주에서 개막하는 2025 APEC 정상회의가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추구하는 '친환경 정상회의'로 준비 중이다. 회의를 주최하는 APEC준비지원단과 경주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주제 아래 역내 연결성 강화, 디지털 혁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등을 논의하는 한편,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순환이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할 계획이다.

친환경 운영 의지가 곳곳에 배어있다. 2020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구현한 '종이없는 회의' 전통을 이어받아,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는 첨단 LED 영상과 빔프로젝터, 음향 장비를 갖춰 전자 문서만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기념품에도 순환경제의 철학이 담겼다. APEC준비지원단은 참가국 대표단에게 산림 피해목으로 만든 '사각단패'를 증정한다. 훼손되거나 상품성을 잃은 피해목을 재활용해 목각틀을 제작하고, 변형과 변색이 없는 ESG 스틸을 덧대 완성한 기념품으로, 자연의 회복성과 자원순환의 의미를 담아냈다.

지방정부와 기업도 동참하고 있다. 경주시는 대기·수질 관리 강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도시 공원 정비, 녹지 확충 등을 추진 중이며, 도시 외관 정비를 통해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부각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인천에서 개최되는 APEC 재무장관회의에 아이오닉 9, EV9 등 전기차와 G80 등 총 50대를 투입하며, 경주 정상회의로까지 이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APEC준비지원단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의는 경제적 성과 창출과 지역 홍보를 넘어 한국과 경주의 친환경 노력과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국제사회에 입증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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