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는 업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과정에서 고객의 전자지갑에서 차감될 코인의 수량을 합리적으로 확정하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BC카드는 업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과정에서 고객의 전자지갑에서 차감될 코인의 수량을 합리적으로 확정하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미지=픽사베이

국내 최대 결제 인프라 기업인 BC카드가 스테이블코인 결제 처리와 관련된 핵심 기술을 특허로 선점하면서 디지털자산 기반 지급결제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BC카드는 업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과정에서 고객의 전자지갑에서 차감될 코인의 수량을 합리적으로 확정하는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18일 밝혔다. 기존 결제망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잇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특허의 핵심은 동일한 스테이블코인이라도 거래소마다 상장 물량, 거래량, 수급 상황 등에 따라 시세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데 있다. BC카드가 개발한 기술은 실시간으로 각 거래소의 시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결제 승인 및 잔액 차감 단계에서 고객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가격으로 코인 수량을 확정한다. 단순히 결제를 처리하는 차원을 넘어,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에서 가장 민감한 요소 중 하나인 ‘가격 확정성’을 기술적으로 보완했다는 의미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원화 등 법정통화 가치에 연동된 가상자산으로,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결제 수단으로서 활용도가 높다. 특히 국경 간 송금이나 해외 가맹점 결제에 있어 기존 은행망을 거치지 않고 빠르고 저렴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이번 기술은 해외 가맹점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거나, 반대로 국내 가맹점에서 외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때 정산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BC카드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기술 확보 차원을 넘어 시장 전반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 기술이 실제 생활 결제망에 접목되려면 제도적 기반과 범용 인프라, 그리고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 구조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가상자산 결제가 일부 시범 서비스나 해외 사례에 머물렀다면, BC카드는 국내 최대 가맹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원석 BC카드 사장이 직접 이번 특허 출원에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최 사장은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NFT 결제와 관련된 기술 특허 6건을 직접 출원한 바 있다. 이번에도 경영진이 기술 확보의 최전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회사 차원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최 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BC카드는 국내 최대 인프라를 갖춘 만큼, 고객이 어디서나 쉽게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BC카드는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주요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에 편입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이용 규제안을 의회 차원에서 논의 중이며, 유럽연합도 ‘미카(MiCA·가상자산 규제법)’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관리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국회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어, 제도화에 맞춘 인프라 선점이 향후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BC카드는 이미 국내외 주요 금융사, 핀테크 기업, 가상자산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플랫폼에 한정되지 않는 범용 결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가맹점 단말기나 QR코드, 모바일 결제 환경에서 기존 카드 결제와 동일한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고객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지갑을 별도로 열거나 복잡한 송금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상적인 결제 경험 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이번 특허 출원을 두고 BC카드가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의 ‘판’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가맹점 네트워크를 갖춘 BC카드가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생활에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제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금융당국의 인가 문제, 자금세탁 방지 규제, 해외 거래소와의 협력 등 복잡한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가운데에서도 결제 수단으로서 활용성이 높다”며 “BC카드처럼 대형 결제 사업자가 기술을 선점하고 인프라를 갖춘다면 시장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제도적 정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상용화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BC카드의 특허 출원은 초기 단계이지만 글로벌 결제 시장의 흐름과 맞물려 국내 금융 생태계 전반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기존 카드 결제와 유사한 수준의 편의성을 확보한다면, 디지털자산이 실물경제 속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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