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친환경 전환으로 전력 다소비 오명 지울까
조직 거버넌스부터 인프라·사회공헌까지, 게임업계 친환경 경영 다각화

게임 산업이 ‘그린 게이밍(Green Gaming)’ 기조 속에서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고사양 하드웨어와 대규모 서버 운영으로 전력 다소비 산업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업계가 이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기후위기 대응 흐름에 발맞춰 환경 문제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린 게이밍’은 게임 개발·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과 자원 낭비를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기업 경영에 내재화하는 움직임을 뜻한다. 2019년 UN이 출범시킨 ‘Playing for the Planet Alliance’에 MS·소니·구글 등이 참여하면서 국제적 화두로 부상했고, 국내에서도 ESG 경영 확산과 함께 2021년 이후 주요 게임사들이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 지표를 강화하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P2E(Play-to-Earn) 모델은 환경 논란을 촉발한 대표 사례다. P2E 게임이 가장 인기를 끌었던, 2021년 말~2022년 초순 당시 P2E 게임의 핵심 인프라였던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채택한 작업증명(막대한 컴퓨터 연산을 동원해 암호학적 연산을 푸는 경쟁 방식, PoW)은 채굴 과정에서 중형 국가 단위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했다. 이 같은 비판은 게임사들이 지속가능 경영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계기가 됐다.

조직·인프라·사회공헌까지... 확장되는 게임사의 ESG
국내 게임사들의 친환경 전략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캠페인을 넘어, 조직 운영·인프라·데이터 관리·사회공헌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업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ESG 경영을 체계화하고 환경적 책임을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흐름을 보여준다.
먼저 조직 차원의 거버넌스 강화가 두드러진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업계 최초로 ESG 경영위원회를 출범했으며, 같은 해 7월에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해 글로벌 네트워크에도 동참했다. 또한, 지난 6월 발표한 'ESG 플레이북 2024'를 통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관리로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넷마블도 환경경영 조직을 개설해 ESG 경영을 체계화하고, 본사 사옥 ‘지타워’가 친환경 건축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MSCI의 ESG 평가 A등급을 받은 바 있으며, 2022년 국내 게임사 두번째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해 글로벌 수준의 책임 경영을 입증했다.
인프라 친환경화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대표적이다. 사옥 라운지를 리모델링하며 폐플라스틱 그리드패널·테라조·커피박 업사이클링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며 자원순환을 실천했다. 또한 직원 복지를 고려한 수면실·케어존 등 공간 설계가 동반되면서 ESG 철학을 물리적 공간에 녹여낸 사례다.
에너지 효율화와 탄소 저감은 게임업계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넥슨은 서버 운영 최적화를 통해 서버 에너지 사용량을 약 15% 감축했다. 컴투스는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컴투스 플러스’를 통해 ESG 체계 강화와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전환, 데이터센터 최적화 전략을 발표했다. 양사는 모두 고사양 게임과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늘어나는 전력 소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데이터 인프라 차원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과의 연계도 주목할 부분이다. 넥슨은 지난 8월 E-순환거버넌스와 함께 폐전자제품 자원순환 협약을 체결하며 친환경 비전을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으로 확장했다. 컴투스는 자체 친환경 캠페인을 사회공헌 활동과 접목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ESG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환경·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ESG 실천이 이들의 방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지속가능 성장의 관건
게임 산업의 탄소 발자국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와 직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데이터센터·AI 전력 수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2년 대비 2026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생성형 AI 확산과 맞물려 게임 서비스 역시 효율화 없이는 지속가능 성장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국내외 게임사들은 클라우드 최적화, 냉각 기술 혁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개발 단계에서는 프레임 속도 자동 조절과 최신 그래픽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활용으로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규제 강화는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투자 가치에도 직결되고 있다.
‘그린 게이밍’은 게임산업 전반의 경영 과제로 확산되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은 친환경 전략을 통해 규제 변화와 투자 기준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향후 글로벌 시장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