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2050 탄소중립 달성 위한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
거점형 수소생산기지 가동으로 지역 공급망 강화

공기업은 민간기업이 맡기 어려운 공익 목적의 사업을 전담하는 핵심 기관이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국민적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실제로 다수의 공기업들이 사회 인프라 운영과 공공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 생활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지만 그 성과와 기여도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작은 불편이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공기업 톺아보기' 시리즈를 통해 국민 생활과 직결된 공공기관들의 핵심 기능과 미래 비전을 심층 분석, 연재한다.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공기업들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는 취지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재조명하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편집자 주】

한국가스공사 전경.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전경.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 40여 년간 쌓아온 천연가스 인프라를 기반으로 수소 생태계 구축에 본격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1983년 설립된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유일의 천연가스 전담 공기업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서 국가 에너지 공급망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왔다. 대구 본사를 중심으로 평택·인천·통영·삼척 4대 LNG 인수기지와 제주 소규모 터미널 등 5곳의 인수기지를 운영하며, 5248km에 달하는 전국 고압 배관망(2025년 6월 기준)을 통해 발전·산업·가정·수송 부문에 천연가스를 안정 공급하고 있다.

특히 해외 다수 국가와의 장기 계약을 통한 LNG 도입부터 저장·재기화·공급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며, 국제 가스 가격 급등이나 공급 위기 시에는 비축 물량과 장기 계약 물량을 활용한 완충 기능도 수행한다. 여기에 해외 가스전 탐사·개발 참여를 통한 자원 확보와 LNG 냉열 활용,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저탄소 전환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수소, 탈탄소화 핵심 매개체 역할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움직임 속에서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이 과정에서 수소가 ‘하드-투-일렉트리파이(hard-to-electrify)’ 산업, 즉 전기화가 어려운 철강·시멘트·화학 분야의 탈탄소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수소는 특히 태양광·풍력처럼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의 남는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 운반 수단이다.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해 만든 수소는 탱크나 배에 담아 멀리까지 보낼 수 있어, 남는 전기를 다른 시기나 지역에서 활용하는 데 유리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수소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급 안정화를 잇는 매개체로 평가받는다.

국제 에너지 컨설팅사인 글로벌 이피션시 인텔리전스와 아시아소사이어티 분석에 따르면, 그린수소는 아시아의 철강, 암모니아, 메탄올 생산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일본·중국·인도을 합친 전해조(수소 생산 장치) 시장은 2050년까지 최대 1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중국 전력망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수소 저장·발전을 결합할 경우 전력 시스템 전체 균등화 비용(LCOE)이 약 17%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잉여 전력을 장기간 저장해 필요 시 재활용함으로써 발전소 추가 건설비와 잉여 전력 낭비를 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제적·국내적 연구 모두 수소가 단순한 대체연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 탈탄소화를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스공사 수소 인프라

가스공사는 제주행원에서 ‘그린수소’ 생산에 성공했다. /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는 제주행원에서 ‘그린수소’ 생산에 성공했다. /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는 2020년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생산부터 충전까지 전주기 공급망 통합 관리 기능을 맡게 됐다. 지난해 말 수소사업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LNG 인프라 기반 저탄소 에너지 공급 △수소 생산·발전 인프라 확충 △핵심기술 확보를 3대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현재 광주·창원 거점형 수소생산기지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으며, 김해·대구혁신도시에 직영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민간 합작법인인 하이넷·하이스테이션에 출자해 전국 40여 개소 충전소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들어 광주와 창원 생산기지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지역 공급 기반이 확대됐다. 지난 6월에는 창원 거점형 기지를 기반으로 경남에너지와 수소 수요처 개발 및 공급망 확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에서는 풍력 잉여전력을 활용한 3메가와트(MW)급 수전해 그린수소 생산·저장·충전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외 청정수소 도입 인프라 구축도 검토 중이다. 한때 대규모 인프라 확충의 상징으로 꼽혔던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 사업은 시장 여건을 재점검하며 추진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탄소중립 향한 수소사업의 과제와 전망

수소사업의 확산을 위해 생산원가 절감과 안정적 수요 창출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공사는 2030년까지 대규모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비중을 높여 원가 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단위의 충전·저장·운송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확대 중이다. 이와 함께 해외 청정수소 장기 도입 계약 협의, 암모니아 혼소·전소 등 차세대 발전기술 실증, 민간·지자체와의 협력 사업 등도 병행하고 있다.

천연가스 시대의 경험과 인프라를 토대로, 한국가스공사는 수소를 중심으로 한 청정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안정적 공급망과 기술력을 앞세운 이 변화가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미래 에너지 시장 주도권 확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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