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예고한 트럼프,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공장 지으면 무관세"
현지 생산 거점 갖춘 삼성전자, 하이닉스는 美 공장 건설로 관세 면제 전망
증권가 “리쇼어링 목적… 대부분 테크기업 관세 피할 대안 이미 마련”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그의 입에 이목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대미 수출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반도체 관세가 국내 기업들에게는 그렇게 큰 여파를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트럼프 “모든 반도체에 관세”… 미국 생산은 예외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 대미 투자 계획 행사에서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 백악관 페이스북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 대미 투자 계획 행사에서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 백악관 페이스북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 대미 투자 계획 행사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와 집적회로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했다.

철강·알루미늄,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이어 반도체·의약품까지 품목별 관세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도체는 한국의 대표적 대미 수출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달러(14조7000억원)로 자동차(347억4400만달러), 일반기계(151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관세 부과 시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앞서 품목별 관세가 적용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에 대해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반도체 관세가 정확히 언제부터 부과될지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세 면제 가능성 높아… 관세 여파 크지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의 여파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품목별 관세 발언에도 주가가 소폭 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 언급에도 불구하고, 같은날 애플과 이미지센서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오스틴‧테일러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삼성전자는 반도체 품목별 관세의 영향을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러한 미국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연이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수주하며, 기술력을 입증받고 있다.

이와 반대로 SK하이닉스는 7일부터 8일까지 주가가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해당 팹(Feb)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한국의 이천‧청주, 중국의 우시‧다렌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부과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에 한해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예외할 것”이라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SK하이닉스도 관세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의 목적은 반도체 생산의 리쇼어링(Reshoring: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의 생산 시설이나 사업을 다시 본국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반도체 관세가 미국의 투자만으로 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중국 기업을 제외한 반도체 기업들이 관세를 피할 방법을 마련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록원 하나증권 연구원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거나 제조시설을 건설중이라면 관세 부과가 없다고 밝힌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관세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세 영향은 제한적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연구원은 “애플이 2027년부터 삼성전자의 오스틴팹 제품을 구매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곧 구체적인 품목관세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불확실성을 한 단계 더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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