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매매·발행어음·IB 전방위 성장… 2분기 영업익도 사상 최대
미래에셋 등 경쟁사와 격차 확대… 시장 재편 신호탄 분석도

한국투자증권이 반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증권업계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픽사베이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투자증권이 반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증권업계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픽사베이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상반기 증권가에 새로운 패권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반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증권업계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단순한 실적 호조를 넘어 업계 지형도 자체를 바꿀 구조적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1479억원, 당기순이익 1조252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1%, 44.2% 급증한 수치로, 사실상 '1조 클럽' 단독 진입을 의미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1479억 원, 당기순이익 1조25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1%, 44.2% 증가한 수치로, 단순한 실적 선방을 넘어 업계 판도에 구조적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다.

2분기만 놓고 봐도 독주 체제는 더욱 뚜렷하다.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6291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발표된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5004억 원)보다 1000억 원 이상 앞섰고, 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 기준으로 봐도 한국투자증권의 수익 규모는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실적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수익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고도화를 통해 리테일 거래 편의성을 높였고, 이에 따라 위탁매매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본을 기반으로 한 발행어음 부문은 공격적 운용 전략과 맞물려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으로 안착했고, ELS 운용에서도 이자수익이 확대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기업금융(IB) 부문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인수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화금융 등 고부가가치 사업영역에서 대형 딜 수임을 늘리며 수익 기반을 넓혔다. 여기에 개인금융상품 잔고 역시 상반기 말 기준 76조1000억 원까지 늘어나며 리테일 부문에서의 성과도 뚜렷했다. 자기자본도 10조5216억 원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중 IMA 사업자 요건인 8조 원을 크게 상회했다.

이번 반기 실적은 단순한 시장 반등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리 불확실성, 부동산 시장 위축, IPO 침체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전 부문에서 균형 있는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구조적 체질 전환에 가까운 성과로 평가된다. 김성환 대표 체제 이후 추진해온 ‘공격적이되 유연한’ 사업 전략이 실적으로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그간 보수적 자산운용과 내실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IB·리테일·운용 각 부문에 전략적으로 자원을 집중했다. 일부 부문에서 수익성이 약한 경우 인력 재배치를 단행하고, 수익성이 높은 부문에는 과감히 자본을 투입하는 식의 기조 변화가 실효를 거뒀다. 비즈니스 중심이던 종전 체제에서 금융투자회사다운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로의 전환이 현실화된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단순한 ‘일등 증권사’의 귀환이 아니라, 기존 대형 증권사들 간의 위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거 미래에셋·NH투자증권 중심의 선두권 구도에서 이제는 한국투자증권이 명실상부한 업계 리더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영업이익, 순이익, 자기자본, 리스크 대응력 등 모든 지표에서 구조적인 우위를 확보한 결과다.

물론 하반기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글로벌 금리 방향성, 중국 경기 둔화, 국내 IPO 시장 회복 여부 등 대외 리스크는 증권업 전반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수익 구조가 유지되고, IB·운용 부문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한국투자증권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부문이 조화를 이루며 실질적인 수익 향상을 이뤄냈다”며 “앞으로도 창의적인 업무 혁신을 추진하며 글로벌 투자은행 수준의 안정적이면서도 성장성 있는 수익 구조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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