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축폐사 7.6배 폭등 , 일본 쌀값 2배 ↑
유럽, 축산물·곡물 값 뜀박질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10월 이래 역사상 가장 뜨거운 7월이 이어지며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가축 폐사가 급증하면서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용 닭고기 가격 폭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과일과 채소 값도 가파르게 오려며 여름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가축폐사 급증...올 들어 37만9천마리 피해

행정안전부 국민안전관리 상황보고에 따르면 지난 8일 하루에만 16만123마리로 돼지 2117마리, 가금류 15만8006마리가 폐사됐다. 올해 5월 20일부터 8일까지 폐사된 총 가축 수는 37만9457마리로 지난해 동기 4만9799마리 대비 7.6배로 급증했다. 이 중 돼지 2117마리, 가금류 15만8006마리가 집계됐다.

축산물 시장도 가격 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달걀값은 최근 10일 새 14%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닭고기도 같은 기간 2.3%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다가오는 복날 삼계탕 수요 증가와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가 겹치면서 가격 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도 4월 대비 10% 이상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폭염으로 채소값도 초강세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수박 가격은 평년 대비 42.2% 급등했다. 전월 대비로도 24.5%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배추 역시 전월 대비 24.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대표 채소인 오이는 전월 대비 10.5%, 평년 대비 31.4% 올랐고, 시금치는 전월 대비 64%나 급등했다.

농축산업계에서는 당분간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본, 기후변화로 쌀 값 2배 폭등 ··· 6월 1만6900명 '열사병'

이웃 일본은 폭염으로 한국보다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레이와(令和·현 일왕 연호)의 쌀 소동'으로 불리는 쌀값 폭등 현상으로 일본 열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1년 새 두 배 이상 뛴 쌀값이 좀처럼 잡히고 있지 않아서다. 

일본의 쌀값 폭등으로 지난 5월 에토 다쿠 당시 일본 농림수산상은 쌀과 관련된 농담 한마디로 국민적 분노를 샀고, 결국 사임까지 하게 됐다.

일본의 쌀 값은 2009년 이후 1만 60kg당 2000엔~1만6000엔 수준에서 오르내렸다. 그런 쌀 값이 2024년 2만 4000엔으로 급등했다. 

일본의 이런 쌀값 폭등 사태의 가장 큰 이유는 '기상이변'이 지목된다. 지난 2023년 기록적 폭염으로 쌀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양도 양이지만, 더위로 품질이 뚝 떨어진 것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예년엔 1등급 쌀 비융리 80% 수준이었으나, 2023년 고시히카리 1등급 비율이 4.3%에 불과했다. 전체 메벼 1등급도 1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하락추세였던 쌀 소비량이 2024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국제 밀 가격 상승과 관광객 급증이 쌀값 상승을 부채질 한 것이다. 여기에 사재기와 투기적 움직임도 나타났다. 쌀 값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쌀값 뿐 아니다. 이후 변화로 경제와 일본 국민의 건강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7~8월 일본에서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가 8만 명을 넘어,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6월 열사병으로 긴급 후송된 환자 수가 1만 6900 명을 기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8일 하루에만 도쿄에서 118명이 열사병으로 긴급 호송됐다. 

노동력 및 생산성 저하: 폭염으로 인해 건설업 등 야외 노동시간이 줄고, 소득 감소 및 전기요금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등 다중 구조의 경제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학자들은 일본의 폭염으로 연간 52조원에 다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도 축산업 타격 ··· 생산급감 예상

한국과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남유럽 일부 도시는 기온이 섭씨 46도를 넘어서 6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가 하면, 고온건조한 고기압 '열돔'의 영향으로 산불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폭염으로 축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다. 가축의 열 스트레스 및 폐사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소, 양, 돼지 등 주요 축종에서 폐사율이 상승했고, 생산성 저하(유량 감소, 번식 저하 등)도 동반되고 있다. 

이에 따라 EU 내 축산물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영국 및 유럽 주요국의 소고기 가격은 급등했다.  5월 기준 도체 1kg당 6.98파운드로 연초 대비 25%나 상승했다.

곡물 외에도 커피(+9%), 콩(+12%) 등 기상 이변의 영향을 받은 품목에서 가격 강세가 두드러진다. 세계식량기구(FAO) 식품가격지수는 2025년 6월 기준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5.8% 올랐다. 특히 육류, 유제품, 식물성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올해 하반기 EU 전체 양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1420만 두), 염소는 6.9% 감소(220만 두)로 전망된다. 스페인의 양 생산도 14.6%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돼지 생산량도 2025년 EU 전체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5800만 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농축산업 전반의 구조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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