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를 바꾸는 기업’ 시리즈를 연재하며 매주 강소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의 CEO들을 만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SK그룹'이다.
많은 사회적기업 창업자들이 “SK 덕분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거나, “SK의 지원 프로그램에서 창업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SK가 운영하는 KAIST SEMBA 프로그램에 참여한 큰아들의 도움으로 창업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다”고 했고, 어떤 이는 “사업 초기 자금난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SK하이닉스의 납품 기회를 통해 숨통이 트였다”고 고백했다. 단발성 후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존의 디딤돌이 됐다는 의미다.
SK그룹은 실제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회적기업가 양성 MBA인 ‘KAIST SEMBA’, ▲성과 기반 보상 시스템인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SE펀드’ ▲사회적 가치 중심의 논의와 협력을 이끄는 오픈 플랫폼 ‘SOVAC’ 등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단순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아닌 이유는, 이들의 바탕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오래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빈부격차, 지방소멸, 청년실업)를 풀 수 있는 해답이라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SK는 2017년 그룹 정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명문화했다.
이 철학은 SK그룹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협업과 연대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확산시키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협의체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만들고, ‘사회적가치 페스타’와 같은 교류의 장을 열며 다수의 기업이 함께 사회문제에 대응하도록 이끌고 있다.
직접 현장을 찾는 것도 잊지 않는다. ERT 멤버스 데이나 사회적가치 페스타 등에 참석하는 최 회장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는 어느 한 정부, 하나의 기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연대와 협력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이 필요하다”고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슈왑재단 총회에서 ‘사회적 가치 거래제’라는 새로운 구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적 가치로 측정하고, 이에 따라 보상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보다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비전이 아닌 실행 기반의 설계로, 지난 10여 년간 사회적 가치 실현에 매진해온 ‘전도사’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물론 SK의 모든 경영 방식이 호의적으로만 비춰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스타트업 대표는 “SK의 인수·합병 중심의 경영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최태원 회장이 보여주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인정한다”며, “그의 행보는 수많은 사회적 기업과 사회문제 해결을 꿈꾸는 창업가들에게 분명한 희망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