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24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로 진출 선언
2021년 독일·영국·스위스 진출 이어 총 유럽 7개국으로 확대
유럽, 고급 전기차 수요 급증… '가성비 갖춘 고급 전기차' 알린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유럽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유럽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유럽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내연기관차 판매가 전면 금지되는 유럽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 ‘르망 24시’ 현장에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4개국 시장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제네시스는 지난 2021년 독일, 영국, 스위스에 첫 진출한 이래 유럽 내 총 7개국에 진출하게 됐다. 또한 이번 시장 확대로 유럽 5대 자동차 시장(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 차량 출시를 전개하게 됐다. 

특히 이번 진출국 4곳은 프리미엄 소비 문화가 강한 유럽 핵심 시장으로, 제네시스는 ▲GV60 ▲GV70 전동화 모델 ▲G80 전동화 모델 등 고급 전기차를 중심으로 2026년 초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 겸 제네시스 유럽법인장 사장은 “이번 진출은 유럽 전동화 시장 확대 흐름에 부응하는 결정”이라며 “차별화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유럽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제네시스가 유럽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르망 24시 행사장 내 제네시스 부스에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자동차 시장에 진출을 발표한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 겸 제네시스 유럽법인장. /제네시스 제공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르망 24시 행사장 내 제네시스 부스에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자동차 시장에 진출을 발표한 자비에르 마르티넷 현대차 유럽권역본부장 겸 제네시스 유럽법인장. /제네시스 제공

유럽연합(EU)은 일찍부터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내연기관차 퇴출을 준비해왔다. 그 결과 2021년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아예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됐고, 2023년 유럽의회에서 통과됐다.

즉, 유럽 자동차 시장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가 전면 금지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는 2025년 1월 내연차 신차 등록을 전면 금지했으며, 스웨덴, 이탈리아 등은 핵심 도심 지역에서 내연차 운행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유럽 자동차 시장은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57만35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For Insights Consultancy’는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9.1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급차 시장도 변화 중이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제네시스가 이번에 진출한 국가의 고급차 시장 규모는 93만대였는데, 그 중 순수 전기차(BEV)는 21만대(22.6%)를 차지했다. 럭셔리 소비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는 고급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7%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2027년경 고급차 시장의 전기차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의 고급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벤츠, BMW, 아우디 등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독점해온 영역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열리며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기차 개발에 집중해 온 테슬라와 중국 BYD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제네시스는 이들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프리미엄’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자동차 시장은 내연차를 최초로 개발한 유럽이 약 100년을 앞서가며 주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전기차의 경우 유럽의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 흐름에 늦게 대응하면서 주도권을 내주는 빌미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 역시 유럽 업체보다 앞선 시점에서 전동화에 주목하고 이를 추진해 온 만큼 제네시스 역시 프리미엄 시장에서 충분히 기회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도 장점으로 꼽힌다. 제네시스의 G80 전기차의 출고가는 국내 기준 8900만원대로, 비슷한 가격으로 유럽에서 출시될 경우 경쟁 차종인 벤츠 EQE보다 30~40%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유럽 현지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성비 높은 럭셔리 전기차’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제네시스가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지난해 유럽 판매량은 2660대로, 전년 대비 23%가량 감소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 낮은 탓이다. 이에 따라 제네시스는 르망 24시 참여 등 유럽 모터스포츠와의 접점을 확대하며 고성능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다는 방침이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글로벌디자인본부장은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기술력과 경험이 제네시스 브랜드와 양산차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