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및 자사주 소각 비중 증가, 공시기업 주가 수익률 상승 성과
ESG 정보 연계 기업은 30%에 그쳐… 투자자 정보 제공 vs 기업 부담

밸류업 공시가 시행된지 1주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성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ESG 정보 연계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사진=본사DB
밸류업 공시가 시행된지 1주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기업 가치 제고에 대한 성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ESG 정보 연계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사진=본사DB

국내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밸류업(Value-up) 공시 제도'가 시행 1주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사주 소각, 주주가치 제고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둔 반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공개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는 지난해 5월 27일 국내 기업의 가치제고를 위해 ‘기업 가치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개정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수립, 주주와 투자자에게 공개하고 그 이행 과정을 주기적으로 알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연 1회 이상 주기적으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지난 5월 27일 밸류업 프로그램 1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한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제공
지난 5월 27일 밸류업 프로그램 1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한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제공

시행 1주년이 지난 지금, 밸류업 공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7일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1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프로그램의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총 143개 기업(유가시장 기업 113개 사, 코스닥 기업 30개 사)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기업들의 주요 목표는 주주환원 확대(배당 및 자사주 매입), 수익성 개선, 성장성 제고, 투자자와의 소통 강화, 지배구조 투명화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를 통해 2024년 상장사의 총 배당금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으며, 자사주 매입 기업의 수는 1.46배, 취득 금액은 1.7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들의 경우 2024년 주가수익률은 4.5%로, 미공시기업(-16.9%) 대비 21.4%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업들의 주주환원 노력이 과거보다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한 밸류업 정책 추진의 의미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밸류업 공시에 동참하는 기업의 수 역시 지속 증가하고 있다. 9일 기준 총 227개 기업(유가증권시장 기업 178개, 코스닥 기업 49개)이 밸류업 공시에 동참하며, 지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ESG 정보 공개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143개 기업 중 ESG 관련 내용을 포함한 기업은 42개(29.4%)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대략적인 목표와 현황 수준에 그쳤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공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들이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일정과 기준을 발표하며 제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경제계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2028년 이후로 유예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 마련 및 공시 로드맵을 준비하던 금융위도 공시 의무화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이 밴치매킹한 일본에서는 밸류업 공시와 ESG 정보 공시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관투자자의 89%는 ESG 사안을 밸류업 프로그램에 통합하는 게 좋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55%가 ESG 정보공시가 기업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응답했다. 밸류업 공시를 통해 ESG 정보를 공개하면 투자 정보 획득 및 불확실성 감소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ESG 정보 공개가 늘어나면 투자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해소돼 기업 가치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가능성 공시를 주도해오던 유럽연합도 '기업 지원 패키지'(Omnibus Package)를 발표하며, 공시 대상을 축소하고 시기도 연기하는 등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ESG 정보 요구 및 자발적인 노력으로 ESG 정보 공개에 노력하고 있다. 공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잦은 중복 공시로 기업 부담이 커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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