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회복 없이 유가 하락…정제마진 회복 불투명
국내 정유사 영업이익 하락…2분기 실적 반등 어려워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원유 증산 기조를 이어가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 둔화와 불확실한 통상 환경이 겹친 가운데 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OPEC+는 6월부터 하루 41만1000배럴 규모의 원유를 추가 증산하는 방안을 다음달 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됐다. 이는 지난해 자발적 감산분을 회복하는 조치다.
업계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해 원유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증산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OPEC+ 측은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건강하며 석유 재고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증산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미국의 요청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최소화를 명분으로 OPEC에 증산을 요구한 데다, 이달 중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OPEC+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산이 국제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3년간 유가가 급락하지 않았던 건 OPEC+의 감산 조치 덕분"이라며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예상을 웃도는 증산은 유가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 둔화와 수요 위축 뿐만 아니라 유가 하락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을 땐 유가 하락이 소비를 자극해 석유 제품 수요가 살아날 수 있지만 경기가 나쁠 땐 유가 하락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석유 제품 평가액이 감소하는 데다 정제마진이 줄어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수요 둔화도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중국의 원유 수요는 작년 9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원유 시장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8% 줄어든 311억원에 그쳤고, 에쓰오일은 같은 기간 2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 부문도 36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분기 대비 3000억원 넘게 줄었다.
2분기 성수기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보통 2분기는 여름 휴가철 수요 증가로 실적이 반등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며 "경기 둔화와 석유제품 가격 하락에 대응하지 않으면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