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계통·급격한 재생에너지 공급 인한 관성 부족 등 거론
한국도 에너지 고립국…계통 불안정 및 송전망 대책 마련해야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서 수천만 명이 정전 피해를 겪은 가운데 이번 정전 원인으로 기후위기와 연계된 기상이변, 전력망 설계의 한계, 빠르게 늘어난 재생에너지 비중과 계통 대응력 부족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서 수천만 명이 정전 피해를 겪은 가운데 이번 정전 원인으로 기후위기와 연계된 기상이변, 전력망 설계의 한계, 빠르게 늘어난 재생에너지 비중과 계통 대응력 부족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서 수천만 명이 정전 피해를 겪은 가운데 이번 정전 원인으로 기후위기와 연계된 기상이변, 전력망 설계의 한계, 빠르게 늘어난 재생에너지 비중과 계통 대응력 부족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 역시 관성 부족부터 계통 상황, 자세한 사고 원인 분석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는 단 5초 만에 15GW 규모의 전력이 끊기며 시작됐다. 피해 인구만 수천만 명에 달했고, 일부 지역은 18시간 이상 전력이 복구되지 않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성명에서 "아직 정전의 원인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어떠한 가설이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잠재적 원인을 조사 중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도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럽 전력 전문가들과 외신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불안정한 계통 운영, 이상기후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피레네 산맥으로 인해 유럽 본토 전력망과 물리적으로 연결이 약한 '에너지 섬'으로 불리며, 비상 상황에서 인접국의 전력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프랑스 언론 '프랑스앵포'는 "같은 정전이 프랑스나 독일에서 발생했다면 주변국에서 긴급 전력을 공급받아 사태를 진정시켰을 것"이라며 지적했다.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블랙아웃의 원인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문제와 기후변화로 인한 급격한 기온 변화 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주변 국가와 송전망 연결이 안 돼, 전력 수급 문제로 인한 정전에 취약한 점은 한국과 유사하다.

스페인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6%에 달할 정도로, 유럽 내에서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고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계통의 관성 부족으로 갑작스런 전압·주파수 변화에 취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특성상, 안정적인 계통 운영을 위해 보완 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정전이 급증하는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전력망과 계통 설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아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그 자체가 정전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에너지 시스템 전환기에 겪는 구조적 불안정성과 준비 부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스페인 전력망은 급증하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니엘 뮤어 S&P글로벌 애널리스트는 "정전의 성격과 규모를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산체스 총리도 "정전 당시 전력 수요는 낮은 편이었고 공급량도 충분했다"며 이번 사태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예외적인 사건"이라며 재생에너지 과잉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스페인 내륙에서는 당시 극심한 온도 변화로 인해 초고압 송전선에 진동이 발생했고, 이것이 전력망 전체로 확산되며 발전량 변동성이 커지는 등 시스템이 불안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동이 전력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계통 전압과 주파수가 불안정으로 정전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한국 역시 '에너지 섬'…블랙아웃 반면교사 삼아야

이번 스페인-포르투갈 정전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한과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한국은 사실상 '에너지 고립국'이다. 유사시 다른 나라에서 전력을 끌어올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스페인과 유사하다.

한국 역시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고 있고, 봄·가을철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과잉 공급의 불균형이 출력제어도 빈번해지고 있다. 산업용 수요가 감소하는 주말이나 공휴일엔 스페인과 같은 대규모 정전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계통 안정성 확보에는 미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력은 대부분 남동부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보내는 일방향 구조지만, 송전망 확충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정 송전망에 문제가 생기면, 정전은 전국적 대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페인·포르투갈 대규모 정전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해외 다른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제도를 정비하는 등 정전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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