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범용 반도체 '폭탄세일'로 세계 시장 잠식...
한국 기업, HBM 경쟁력 다지며, 범용 반도체 차세대 공정 개발

이미지=삼성전자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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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초저가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공세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뿌리째 흔들 것인가?  중국의 '반도체 폭탄 세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는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지난 23일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나노 6세대 DDR5를 개발하는 등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차세대 공정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해 미국은 '무역장벽'으로 한국기업들은 품질로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2025 회계연도 1분기(9월~11월) 매출 87억1000만달러(약 12조6440억원), 주당 1.79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전망치(89억9000만달러, 주당 순이익 1.92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기록이다.

마이크론은 컨퍼런스 콜을 통해 “AI와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주문은 여전히 많았지만 모바일 기기, PC, 자동차 부문의 메모리 주문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HBM을 비롯한 AI향 첨단 제품의 수요는 유지됐지만 D램 등 범용 반도체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2025년 회계연도 2분기(12월~2월) 매출은 79억 달러, 주당 순이익은 1.53달러로 전망했다. 직전 분기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범용 반도체의 업황 악화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저가 공세 때문이다. 중국의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과잉생산한 뒤 경기침체로 팔리지 않으면 전세계 시장에 쏟아내는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공세가 반도체 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는 DDR4 8Gb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타사의 중고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에 정부의 지원으로 수율과 생산량까지 높였다. CXMT의 D램 생산능력은 지난 2022년 월 7만장에서 올해 월 20만장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공세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1월 범용 메모리인 DDR4 8Gb 가격은 전달 대비 20.59% 하락한 1.3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월 2.10달러에서 넉 달 새 36% 하락한 수준으로, 지난해 9월(1.30달러) 이후 1년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시장 흐름은 국내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마이크론의 실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예상하게 하는 풍향계로 불린다. 3개 사는 최근까지 메모리 시장을 3분할해 온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는 하향 조정됐다. HBM 시장에서 이미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하향 전망은 그리 크지 않지만,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기대 감소 폭은 큰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10나노급 6세대 D램 '1c DDR5'. /그린포스트코리아
SK하이닉스의 10나노급 6세대 D램 '1c DDR5'. /그린포스트코리아

다만 업계에서는 그렇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리서치 연구원은 “CXMT의 반도체 생산 능력(Wafer capa) 증가율이 54%대로 예상되는 등 분명 중국 메모리 기업의 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반도체 생산능력만으로 D램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기엔 한계가 있다. 실제 생산능력만 커졌을 뿐 D램 웨이퍼당 생산용량은 4년간 개선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도 중국산 범용 메모리 공세에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지난 23일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미국과 다른 반도체 생산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이다. 중국산 제품에 과세를 예고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USTR의 조치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10나노 6세대 DDR5를 개발하는 등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차세대 공정 전환에 집중하고 있으며, HBM4 개발에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해답은 결국 따라올 수 없는 품질”이라며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하고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해 나가며 위기를 극복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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