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배터리 등 다양한 협업 체계 구축하는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확보, 협력 기업은 먹거리 개척 ‘시너지’

<편집자주> 국내 기업들이 올해 경영환경에 있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점은 ‘불확실성’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비롯해 환경문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규제 강화 등 기업의 경영에 있어 다양한 과제들이 산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대표 기업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택하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 해소, 혁신 기술 개발, 지속가능성 제고 등을 위해 국내 기업들은 서로의 노하우와 강점을 공유하며 협력하고 있다. 기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협력 사례를 조명해 본다.

전동화를 비롯해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 대응을 위해 반도체, 배터리, 전장 부품 등의 기업과 협업이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전동화를 비롯해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 대응을 위해 반도체, 배터리, 전장 부품 등의 기업과 협업이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잘나가는 국내 산업이 있다.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앞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고급화 전략,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 등에 따른 꾸준한 수요로 꾸준한 실적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산업이다.

이러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기업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배터리, 반도체, 인포테인먼트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과 협업 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동화, 자율주행 등으로 앞으로 치열해질 배터리, 전장 부품 공급 확보에 있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충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 걱정 없을 것 같은 현대차그룹, 미래를 준비에 박차

지난달 있었던 2분기 어닝시즌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우울한 실적표를 공개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 등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 활짝 웃은 기업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3사인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3개 사의 2분기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 16.3% 오른 81조6253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47.8% 증가한 8조3047억원에 달했다. 이중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영업이익만 7조6409억원(현대차: 4조 2379억원, 기아: 3조 403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금액이다.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평균판매가격의 지속 상승세와 제품 다양화 및 제품 판매지역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 우호적 환율 환경으로 인한 고급차와 SUV 차량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꾸준한 대기 수요와 함께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및 기타 부품의 수급 상황이 개선될 전망된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연간 경영 목표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실적과 전망에도 현대차그룹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배터리, 반도체, 전장 등 다양한 미래차 핵심 부품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과의 협업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자동차 기업와 전문기술 기업의 협력, 목표는 ‘시너지’

지난 7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7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달 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했다. 정 회장은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의 반도체 생산 공정을 둘러보며, 인텔의 글로벌 사업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정 회장의 방문 목표는 간단했다. 차량의 필수 소재로 대두된 반도체의 원할한 수급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행보였다.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 PBV(목적기반차량) 등 미래 모빌리티로 진화에 있어 반도체는 두뇌역할을 할 수 있는 메인 부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미래모빌리티를 위해서는 반도체 부품에 대한 안전정인 공급망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다.

특히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를 목표로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확보가 필수적이다. 실제 위해 정의선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반도체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자동차기업이 단기간에 반도체 기술을 내재화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협력과 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현대자동차는 삼성전자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 협력을 알렸다. 협력의 골자는 2025년부터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의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반도체인인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V920'을 공급하는 것이다.

차량 인포테인먼트는 다양한 정보(인포메이션)와 함께 오락거리(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통합시스템으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현대차에 메모리 반도체, 이미지 센서 등은 공급한 바 있지만,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은 처음이다. 실제 대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로 엔비디아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 반도체의 경우 GPU 기술력을 기반으로 높은 성능을 제공하지만 커스터마이징 부문에서 협력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빠른 업데이트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전략에는 맞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이번 협력으로 SDV 모빌리티에 맞는 칩 세부조정 등에 대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5000만 달러(약 642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투자금은 '텐스토렌트'가 최근 모집한 투자금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양사는 이러한 과감한 투자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최적화된 반도체 역량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분야에서도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협력해 미국에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SK온과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전기차 30만대 물량의 배터리셀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카운티에 연간 3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두 공장 모두 2025년 말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는 전동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놓여있으며, 점점 '달리는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선도를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에 적재적소로 대응해야 함으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내재화할 부분은 내재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완성차 업계와 반도체, 배터리 업계간의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 진화가 거듭될수록 배터리, 반도체 등의 전장 부품에 수요는 광폭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완성차 업계는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을 내재화하거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이와 함께 배터리 업계 역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완성차 업계와 협력해야 하며, 반도체, 전장 기업 역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완성차 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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