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등 인기 e스포츠 제외…버추얼 태권도 ‘눈길’

(사진=IOC)/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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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일(현지시각) 글로벌 버추얼 스포츠 대회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에서 운영될 9개 게임 종목을 발표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젊은 세대를 포용하려는 IOC의 시도를 지지하지만, 일부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의 산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는 IOC가 종목별 국제연맹(IF) 및 게임 퍼블리셔와 협력해 만든 글로벌 가상 및 시뮬레이션 스포츠 대회다. 3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예선전이 진행되며, 결승전은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생중계 방식으로 치러진다.

IOC는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첫 e스포츠 공식 대회인 ‘올림픽 버추얼 시리즈’를 개최한 바 있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 대회는 100개국에서 25만명 이상의 참가자를 모집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번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는 ‘올림픽 버추얼 시리즈’를 계승 및 확대하는 대회다.

이번 대회의 종목은 ▲양궁(틱 택 보우, Tic Tac Bow) ▲야구(WBSC e베이스볼 파워 프로) ▲체스(체스닷컴, Chess.com) ▲사이클(즈위프트, Zwift) ▲댄스(저스트 댄스, Just Dance) ▲모터 스포츠(그란투리스모, Gran Turismo) ▲요트(버추얼 레가타, Virtual Regatta) ▲태권도(버추얼 태권도, Virtual Taekwondo) ▲테니스(테니스 클래시, Tennis Clash) 등 9개다.

(사진=IOC)/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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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목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전통 스포츠를 그대로 옮겨온 게임이라는 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등 현재 e스포츠의 주류를 이끌고 있는 인기 게임들은 모두 제외됐다. 

IOC는 이번 종목 선정 기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상대방을 죽이거나 폭력성이 강한 이른바 ‘킬러 게임’은 철저히 배제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IOC는 2018년 “킬러 게임들은 올림픽의 가치와 상충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물론 격투 스포츠들도 사람들의 실제 싸움에서 기원했지만, 문명화된 표현을 거쳐 스포츠로 자리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태권도와 사이클 등 신체적 운동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게임들을 e스포츠라고 부를 수 없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 중 하나인 ‘버추얼 태권도’는 선수들의 신체에 센서를 부착하는 ‘모션캡처’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제로 태권도를 할 줄 알아야 참가할 수 있는 셈이다. IOC는 일반 참가자들을 받는 대신 실제 태권도 선수 16명을 초청해 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즈위프트’도 실내자전거 페달에 센서를 부착해 실제 운동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e스포츠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e스포츠와 버추얼 스포츠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그동안 스포츠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던 댄스와 체스가 이번 종목에 포함된 것도 논란거리다.

IOC의 이번 발표는 전세계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격렬한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IOC는 e스포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겜알못’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은 e스포츠를 포용하려는 첫 시도로 봐야 하며,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지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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