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하락에도 ‘줍줍’, 순매수 1위
미 증시 하락에도 우량주 중심 저가 매수세 유입
저평가 매력과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감 반영된 듯
새해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한 가운데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산업들에 대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외국인들은 올해 국내 증시에서 총 1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엔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업종, 하나지주·신한지주·카카오뱅크·KB금융 등 금융주가 올랐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세는 코스피가 지난해 12월 한달 10% 가까이 하락하는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데다 환율 하락으로 외국인들의 투자 환경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달러-원 환율은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고,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여겨지는데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가 함께 강세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위안화와 운용이 더 자유로운 원화를 대체해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경제와 중국경제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의 통화체계가 당국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0.8원 내린 달러당 1268.6원에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10월 1450원 근처까지 솟았으나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최근 1200원대로 내려왔다.
외국인들의 장바구니를 살펴보니 대부분 가격이 저렴해진 국내 증시의 대표 주식들을 담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4조300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하는 등 실적 저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다. 외국인들은 이번 주에 삼성전자를 5000억원 이상 사들였다.
실적 악화에도 저평가 매력과 하반기 개선 기대감이 더 크게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올해 주식시장에서는 실적보단 밸류에이션 매력에 따라 종목의 성과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저평가된 주식을 우선 고른 뒤 외국인 수급 개선이나 금리인하 시그널 등 반등 신호가 될 만한 것들을 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이미 박스권에 들어와 있다”며 “기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하반기부터 하향되기 시작했으나 주식시장은 상반기부터 조정받기 시작했고 실적이 하향되는 와중에도 코스피는 두 차례 반등했는데 물가와 금리의 피크아웃, 외국인 수급 개선 등이 반등의 트리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을 고르는 순서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PER(주가수익비율)이 낮은 종목들을 먼저 선별한 뒤 반등의 트리거가 될 만한 게 있을 지 생각해 보는게 더 낫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