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사회적 기업 '루트에너지' 윤태환 대표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전 세계가 오일쇼크에 빠졌던 1970년대. 선박과 자동차, 낙농업 기계 등을 생산하던 한 회사가 난데없이 풍력터빈을 만들기 시작했다.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성장을 이루려는 시도였다. 당시로서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정책적 뒷받침이 큰 힘으로 작용하면서 이 회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글로벌 1위의 풍력발전 업체인 덴마크 기업 베스타스(Vestas)의 이야기다. 재생에너지 업계에 뛰어든 후 40년간 눈부신 성장을 지속한 이 기업은 덴마크의 국가 에너지 자급률을 1%에서 145%까지 끌어 올린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직원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한국의 베스타스, 그 너머를 꿈꾸는 사회적 국내 기업이 있다. 윤태환(37) 대표가 이끄는 ‘루트에너지(Root Energy)’다. 대한민국의 100% 재생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4년 전 설립된 이 기업은 시민들의 참여하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꿈꾼다. 이를 위해 풍력·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여기서 나오는 이익을 지역 주민들과 분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주현웅 기자)2018.5.5/그린포스트코리아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주현웅 기자)2018.5.5/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3일 <그린포스트코리아>와 만난 윤 대표는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지적하며 자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두 가지 이유로 국내의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나는 우리의 의식주와 관련한 친환경, 또 하나는 경제적 합리성에 따른 ‘그리드 페리티(Grid parity)’였다.

“지구온난화, 미세먼지 등 주요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데에 있어서 가스·석탄발전소의 영향이 적지 않아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의 약 40%는 석탄, 약 30%는 원자력, 약 22%는 천연가스, 그 외에는 바이오 등 기타인데 언제까지 이를 지속해야 할까요? 이를 대체할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 재생에너지가 그 대안이죠.”

윤 대표는 경제적 합리성을 강조했다. “석탄·원자력이나 액화천연가스 등의 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어요. 반면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는 점점 저렴해지고 있지요. 둘의 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을 ‘그리트 페리티’라고 해요. 여기에 도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우리 모두는 값싸고 깨끗한 전기를 사용하고 싶잖아요. 재생에너지가 그래서 필요해요.”

문재인 정부는 석탄·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 2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재생에너지 2030정책’이다. 이에 발맞춰 각 지방자치단체도 관련 전담조직을 꾸려 대응 중이다. 전국 광역 17개 시‧도 중 13곳은 이미 ‘에너지 전담부서’가 설치됐다.

윤 대표는 이러한 재생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이 옳다고 바라봤다. 다만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적 불확실성을 극복, 또 시민들의 관심도 제고 및 의식 향상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추진 중인 사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립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크라우드 펀딩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풍력·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데 시민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대개 이 같은 발전소를 지으려면 주민들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주민들이 여기에 직접 투자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는다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확보는 물론 발전소 설립 또한 원활해져서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루트에너지는 친환경 발전소를 짓는데 시행사와 지역 주민 투자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루트에너지 제공)2018.5.5/그린포스트코리아
루트에너지는 친환경 발전소를 짓는데 시행사와 지역 주민 투자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루트에너지 제공)2018.5.5/그린포스트코리아

윤 대표는 덴마크와 독일 등지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이미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사업 초기부터 주민 수용성을 고려해야 돼요. 덴마크나 독일 등은 주민 동의 없이는 사업 시행자체가 안 돼요.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보니 갖은 대립이 빈번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처리하려고 하잖아요. 이는 분명 문제에요.”

결국 ‘민원 자체가 없도록 한다’는 게 루트에너지가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의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립하는데 국내에 기술적인 난제는 전혀 없어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에너지원을 활용,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공평한 참여기회를 얻어 마땅한 이익을 볼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해요.”

윤 대표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덴마크에서 재생에너지 분야를 공부한 그는 국내 또한 시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IT와 모바일 기술이 뛰어난 만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민 참여를 유도할 환경은 이미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도 덴마크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루트에너지가 중개한 양천사업발전소.(루트에너지 제공)2018.5.5/그린포스트코리아
루트에너지가 중개한 양천 목동의 한 사업발전소.(루트에너지 제공)2018.5.5/그린포스트코리아

실제로 루트에너지가 지난해 7월 서울 목동에 설립한 태양광 발전소 투자자 모집은 55분 만에 마감됐다. 목표액 1억8000만원을 달성했다. 많은 사업들이 투자수익률 약 7~9%를 보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평균 수익률 10%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목에서 나오는 게 ‘에너지 민주주의’다. 적잖은 이들이 국내의 열악한 재생에너지 사업 현실을 언급하며 ‘시민들의 의식 부재’를 거론하지만 이는 옳지 않단다. 덴마크와 독일이 이 분야에 앞선 것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유권자들의 경험적 공감대 때문이라는 게 윤 대표의 말이다 루트에너지가 추구하는 에너지 민주주의는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소비자가 곧 에너지 주권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성공방정식이라고 생각해요. 시민들 모두가 ‘프로슈머(생산자겸 소비자)’가 돼서 직접 참여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 및 이해도를 높이는 것 말이에요. 에너지 사업을 꼭 국가나 공기업이 하는 건 아닌데 말이죠. 이 분야 선진국들은 민영기업이 짓는 발전소라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시민들 참여가 필수에요. 에너지 민주주의죠. 산업, 지역사회, 국가적 경제발전도 여기서 이뤄질 수 있어요.”

에너지 민주주의는 중요한 가치다. 윤 대표가 회사 이름을 ‘루트에너지’로 결정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루트(Root)는 ‘뿌리’란 뜻이잖아요. 우리는 그 중에서도 나무를 굵게 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 ‘실뿌리’가 되길 원해요. 사회적 실뿌리는 우리 개개인이에요. 개별적 구성원들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자체를 튼튼한 나무처럼 자라게 하고, 그곳에서 맺는 열매를 다 함께 나누고자 해요. 그래서 우리는 ‘루트에너지’에요.”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중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최하위이다. 2016년 기준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0.47%에 불과하다. OECD를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도 꼴찌 수준이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으나 명시적으로는 북한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윤 대표는 이 같은 현실을 벗어나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선진국 도약을 꿈꾸며 더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목표는 대한민국이 100% 재생에너지로 자립하는 것입니다. 물론 장벽이 많습니다. 우리가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미션이자 비즈니스 모델이거든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들도 펼칠 겁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물론 우리 이웃들도 더 나은 환경으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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