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래닛, ‘나무 1억 그루 심기’ 목표
나무열매 판매수익을 숲 조성에 보태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인식의 전환은 물론이고 실천까지 이끌어내는 기업이고 싶어요.”

지난 19일 오후 여의도 ‘위워크’에서 진행된 ‘반려나무 입양 캠페인’에서 만난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창업 동기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나무들.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나무들.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영상제작을 공부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고 영감을 받아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환경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그는 어느날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을 접했고 그것이 계기가 돼 트리플래닛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북극곰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끝날 때까지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나와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행동 변화까지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트리플래닛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트리플래닛은 2012년에 비콥(B Corporation)인증을 받았다. 이는 사회에 특정 기준 이상의 혜택과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들에게만 주어지는 인증으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 "나무만 1억 그루 심는 게 아닌, 1억명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

지난 19일 여의도 위워크에서 반려나무 캠페인이 열렸다.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19일 여의도 위워크에서 반려나무 캠페인이 열렸다.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트리플래닛이 가장 먼저 추구하는 가치는 ‘함께하는 행동’이다. 김 대표는 ‟환경문제는 기업이나 NGO, 소셜벤처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각각이 함께 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단순히 기부를 받아 기업이나 단체가 대신 나무를 심어주는 것보다 시민이 직접 나무를 입양하고 기르면서 그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나무 프로젝트는 올해 1월 초에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다.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120만명 이상이 반려나무를 입양하는 성과를 냈다.

트리플래닛은 반려나무 입양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반려나무 입양을 유도하고, 그 수익금으로 세계 곳곳에 숲을 조성한다. 시민들이 나무 한 그루를 기르면 실제로 나무 한 그루를 심어주는 시스템이다.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나무 '구아바'.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나무 '구아바'.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나무 '주목'.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입양을 기다리는 반려나무 '주목'.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현재는 동부지방 산림청과 협업해 강원도 삼척 산불 화재현장에 소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미세먼지 차단을 위해 중국과 몽골 등 사막화지역에도 숲을 조성하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인천 수도권 매립지역에도 5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숲 장벽을 만들고 있다.

입양된 반려나무에게는 고유의 출생번호가 매겨진다. 또 ‘양육안내서’도 같이 제공한다. 안내서에는 나무의 수종과 본적, 장점 등 나무에 대한 정보와 키우는 방법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 "커피한잔으로 나무를 심어보세요"

트리플래닛의 커피브랜드 Make Your Farm.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트리플래닛의 커피브랜드 Make Your Farm.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트리플래닛은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심는다. 메타세콰이아, 소나무, 과일나무, 커피나무 등. 이 나무에서 수확된 열매는 국내로 수입돼 판매된다. 이렇게 발생한 판매 수익금은 또다시 숲을 조성하는 데 쓰인다.

이 같은 선순환고리는 현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환경도 보호하면서 열매수확까지, 총 1석 3조의 효과를 갖는다.

그 중 가장 많은 효과를 내고 있는 품종은 커피나무다. 원래 커피농장은 네팔에서만 조성했으나 수요가 많아져 현재는 르완다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운영중이다.

‘당신의 나무를 심으세요’(MYF)는 트리플래닛이 7년 전 개시한 커피브랜드다. 네팔과 르완다,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커피농장에서 직접 커피콩을 수확하고 커피드립백과 콜드브루를 제작해 판매한다. 구매 시 이름을 적어 넣으면 커피농장 현판에 각인을 해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 ‟올해 3월부터 테라로사와 협력해 MYF브랜드를 더욱 키워가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도 ‘신기술 기반의 창의적 가치창출’(CTS)사업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커피와 더불어 바나나, 마카다미아 나무 등도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MYF브랜드의 커피드립백 패키지.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MYF브랜드의 커피드립백 패키지.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 추모와 위로의 공간으로 태어난 숲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억의 숲.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억의 숲.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에 조성된 숲 105개 중에는 대한민국 역사 속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억의 숲’이 있다. 김 대표는 "'기억의 숲'은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한 숲, 연평해전의 영웅들을 위한 숲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숲 등이 있다"면서 "아직도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많은 일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기억의 숲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팽목항 근처에 조성됐다. 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헵번 페러가 숲 조성을 제안했고 3000여 명의 국민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 이렇게 모인 약 2억 5000만원으로 세월호 기억의 숲이 2016년 완공됐다. 숲의 입구에는 펀딩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을 각인한 현판을 볼 수 있다. 숲 속의 300여 그루 은행나무 사이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공간인 '기억의 벽’도 마련돼 있다.

◇ 환경문제, 이제 복지의 영역이 아닌 복원의 영역

반려나무를 들고 있는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반려나무를 들고 있는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김 대표는 ‟환경문제는 이제 복지의 영역이 아닌 복원의 영역”이라면서 ‟자연을 회복시키는 것이야 말로 사회를 발전시키는 길이다. 이 길을 정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트리플래닛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트리플래닛은 2010년 9월 법인을 설립한 이래 그동안 12개국에 총 190곳의 숲을 조성했다. 심은 나무는 75만 그루에 달한다. 김 대표는 트리플래닛이 나무의 ‘치열함’을 닮았다고 말한다. 그는 "나무는 생명체 중 가장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면서 "나무는 씨앗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뿌리를 뻗고 열매를 맺어 그늘을 만들어 내듯 트리플래닛도 그 치열함으로 환경오염에 맞서 자연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나의 나무 우리의 숲'.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나의 나무 우리의 숲'.2018.04.22/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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