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아기용품 세탁·판매 기업 '천사맘 송지' 황영희 대표 인터뷰

(송지 제공) 2018.4.28/그린포스트코리아
사회적기업 '천사맘 송지'. (송지 제공) 2018.4.28/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30여 년 전, 일회용 종이 기저귀가 출시되면서 천 기저귀는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현재 국내 일회용 기저귀 시장규모는 연간 6000억원, 매년 20억개의 기저귀가 쓰레기가 되어 땅에 묻히고 있다.

대다수 부모들이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건강과 환경을 위해 천 기저귀를 사용하고 이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사회적기업 '천사맘 송지'(이하 송지)의 황영희 대표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황 대표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천 기저귀가 다소 수고스럽더라도 우리 삶에서 필요한 이유는 환경, 건강, 일자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송지'는 자원봉사단체 '생명누리'로부터 시작됐다. 황 대표는 아이, 여성 등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활동을 하다 젊은 주부들이 많은 한 주택가를 찾게 됐다. 그때 우연히 황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쓰레기봉투 안에 3분의2 이상이 일회용 기저귀로 가득 찬 모습.

황 대표는 "예전에는 천 기저귀를 많이 썼는데 어쩌다 쓰레기로 버려질 일회용 기저귀를 쓰게 됐을까 궁금해 많은 조사를 해봤는데, 결국 세탁이 가장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에 송지는 사용한 천 기저귀를 수거하고, 대신 세탁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저귀를 수거하는 사람, 분류하고 세탁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황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용하기 편하고 친환경적인 천 기저귀를 연구해서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송지 제공) 2018.4.28/그린포스트코리아
송지에서 제작된 천 기저귀, 배냇저고리 등 아기용품. (송지 제공) 2018.4.28/그린포스트코리아

바쁜 육아 속에서 천 기저귀를 매일 빨고, 삶아가며 사용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하루 15개 사용할 일회용 기저귀를 한두 개만이라도 천 기저귀로 대체할 것을 부탁했다. 무엇보다 아이의 건강, 그리고 아이에게 물려줄 환경 때문이다.

황 대표는 "천 기저귀를 쓰라고 말하면 보통 겁을 내는 것 같다"며 "조금은 수고스럽더라도 구입해서 사용을 하는 순간부터 아이의 발진 같은 부분에서 효과를 볼 것이고, 또 환경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내에서는 '케미컬 포비아'라는 말이 유행했다. 흔한 먹거리인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고,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해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논란이 일자 소비자들이 모여 회사를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생리대 논란은 자연스럽게 기저귀로 이어졌다. 생리대와 일회용 기저귀의 핵심기술은 고분자흡수체로 유기화합물뿐 아니라 플라스틱류, 열 안정제, 산화안정제 등 환경호르몬을 발생하는 물질이 들어간다.

황 대표도 이러한 유해화학물질 사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물건이니 당연히 건강 부문에서 탈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라며 "그런데 당시에는 심각하고, 천 생리대 판매량이 느는 등 여러 변화가 있는 것 같았지만 너무 빨리 조용해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천 생리대, 천 기저귀 등을 권장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등 대체품에 대한 홍보 활동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송지 제공) 2018.4.28/그린포스트코리아
인근 어린이집과도 연계해 천 기저귀 세탁을 진행 중이다. (송지 제공) 2018.4.28/그린포스트코리아

영국 환경부는 천 기저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천 기저귀의 날'을 지정했다. 또한 콜센터를 운영하고 육아협회와 연결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천 기저귀에 대한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등 정부 차원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나라에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출산 용품을 지원하는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이런 것을 통해 천 기저귀를 딱 한 장이라도 제공하고, 생활에 정착할 수 있으면 우리 환경과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회용 기저귀를 판매하는 대기업으로부터 정부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환경부담금을 받는다"라며 "천 기저귀 한 장이면 일회용 기저귀 300~400개를 아낄 수 있는데, 환경부담금으로 이런 쪽을 지원해 주는 게 진정한 친환경 정책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천사맘 송지가 생각하는 친환경의 정의는 무엇일까. 황 대표는 "진정한 친환경은 편의성이 있으되, 항상 자연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을 사용하던지 자연에 100% 무해할 수는 없다"라며 "일회용 기저귀를 하루에 10장을 쓰면 그중에 천 기저귀를 딱 한 장만 사용하는 것,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자연을 위해 조금이라도 일조하는 것이 모이다 보면 친환경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는 "정말 자연적으로 살려면 비누 대신 녹두나 소금을 사용해서 세탁해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라며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생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니 하나씩, 주변 환경을 둘러보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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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 황영희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직원들, 시니어 일자리 창출으로 사회적 '미션'을 수행 중이다. (송지 제공) 2018.4.28/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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