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다듬:이' '마음:이' 생산 기업 하이사이클 김미경 대표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새활용플라자' 내 카페에 다듬:이[Dadum:e] 브랜드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새활용플라자' 내 카페에 다듬:이[Dadum:e] 브랜드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예술의 순기능을 고민하던 차, 사회적기업육성사업에 대해 알게 됐어요. 이것이 하이사이클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에요.”

중국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하고 예술가로서의 꿈을 가졌던 김미경 하이사이클 대표는 폐기물에 미적가치를 더한다.

이런 업사이클(Up-cycle)과정을 통해 ‘쓰레기’들이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탈바꿈된다.

업사이클은 ‘폐기물을 해체하고 디자인을 더해 상품 및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업사이클에서 한단계 발전한 것이 하이사이클(High-cycle)이다. 이는 소재 자체가 가진 개성과 스토리를 좀 더 중시하는 개념이다. 김 대표는 ‟용어가 기업명과 일치하는 만큼 사업이 추구하는 가치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다듬:이[Dadum:e]와 커피팟[Coffee pot], 커피의 가치를 두배로 만드는 브랜드

‟커피를 생산하고 판매, 소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낭비되는 자원을 없애고 싶어요.”

김미경 대표는 이러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꿈꾸며 '다듬:이[Dadum:e]'와 '커피팟[Coffee pot]'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커피산업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데 카페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며 “자연의 순환고리를 생각해 커피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윤리적인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커피시장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인 전체가 1년 동안 마신 커피는 265억잔에 달한다. 1인당 평균 연간 커피소비량이 512잔인 셈이다.

◆다듬:이[Dadum:e], 커피자루가 에코백과 파우치로 환골탈태

'다듬:이'는 커피산지에서 생두를 수입해 올 때 이용되는 커피자루를 업사이클한 브랜드다. 황마 소재의 커피자루를 에코백이나 파우치, 커피 슬리브 및 코스터 등의 용품으로 재탄생시킨다.

황마커피자루로 만든 파우치 제품.2018.04.14/그린포스트코리아
황마커피자루로 만든 파우치 제품.2018.04.14/그린포스트코리아
황마자루로 만든 에코백과 여행용가방.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황마자루로 만든 에코백과 여행용가방.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커피자루는 식자재원료를 담는 곳인 만큼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없다. 생분해가 가능한 천연소재라는 것또한 커피자루가 갖는 개성적 가치다. 김 대표는 ‟커피애호가들은 커피를 선택할 때 원산지를 보고 고르는데 커피자루로 만든 제품에는 커피산지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커피팟[Coffee pot], ‘마시는 커피’에서 ‘키우는 커피’로

사실 커피를 마시면 우리 몸에 흡수되는 것은 0.03%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9.7%의 커피는 찌꺼기로 버려진다. '커피팟'은 이러한 콩찌꺼기를 다시 커피나무로 키워낸다는 자연순환 의미를 담은 브랜드다. 커피팟의 화분을 커피 콩 모양으로 디자인했고 커피찌꺼기를 거름으로 활용했다.

◆마음:이[Maum:e], 동물과 사람이 함께하는 즐거움

'마음:이[Maum:e]'는 2017년에 론칭한 신생 브랜드다. 당시 서울 소재의 5성급 호텔이 리뉴얼을 하게 되면서 대규모의 침구류와 가운이 소각될 예정이었다. 하이사이클은 이 소재들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했다. 김 대표는 ‟한번 사용됐던 것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동물들을 위한 제품을 구상하게 됐다”며 ‟이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어 마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마음:이'가 추구하는 가치는 ‘즐거움’이다. '마음:이' 제품을 통해 동물과 사람이 함께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일상 속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것들과 쉽게 버려지는 소재를 찾아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음:이[Maum:e] 브랜드 제품들.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마음:이[Maum:e] 브랜드 제품들.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유기되는 동물들의 입양을 후원하는 크라우드펀딩도 진행중이다. 수익금의 일부를 동물자유연대와 협력해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을 위한 웰컴 선물 세트를 만드는 데 보탤 계획이다. 김 대표는 ‟규모의 경제나 유통의 문제 등으로 버려지는 좋은 소재들을 수거해 반려견과 사람이 같이 쓸 수 있는 제품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미경 (주)하이사이클 대표가 사업브랜드를 소개하고있다.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김미경 (주)하이사이클 대표가 사업브랜드를 소개하고있다.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친환경과 성장의 교차점 발견해야

김 대표는 꾸준히 ‘친환경’과 ‘성장’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을 탐구 중이다.

하이사이클은 2013년에 사회적기업진흥원과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3기로 선발돼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김 대표가 처음 시도했을 당시만 해도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소재 수급에서부터 가공, 세척, 생산, 판매 등이 기존 시스템을 적용해 시도하기에는 어려운 제약 조건들이었다고 한다. 그는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시장구조에서 수공업으로 진행되는 업사이클 브랜드는 그 성장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며 사업 초기에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금이야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친환경’과 ‘성장’이 공존할 수 있는 기업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은 업사이클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꼭 이뤄내야 할 목표”라고 전했다.

현재 하이사이클은 예비사회적기업에서 인증사회적기업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서 있다.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3차례 심사를 거쳐 이번 달 안에 최종 결정이 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인증을 받으면 얻게 되는 혜택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적기업으로서 한단계 발전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을 구상중이다. 지난달 23일부터 3일간 참여한 광저우 애완용품 박람회에서 '마음:이' 제품이 큰 인기를 얻었다. 전시용으로 가져갔던 상품들마저 모두 완판됐다. 현지 매체 인터뷰는 물론 러시아 바이어로부터 사업제안도 받았다. 김 대표는 올해 8월에 있을 상해 박람회에도 참여해 업사이클 브랜드의 규모를 키워갈 계획이다.

'새활용플라자'에 마련된 (주)하이사이클 공방모습.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새활용플라자'에 마련된 (주)하이사이클 공방모습.2018.04.13/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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