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환경분쟁소송…경제논리에 밀린 환경인식 일깨워

각종 개발 등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다양화하면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자와 가해자간 분쟁 유형도 복잡해지고 있다. 올해로 27년차에 접어든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국내 환경분쟁 사례를 통해 소음·층간소음·진동과 대기오염·악취, 수질·해양·토양오염, 일조·조망·통풍방해 등 사례별 분쟁소송의 원인과 과정, 결과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출처=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1991년 대구 주민 1만3000여명이 페놀에 오염된 수돗물로 인해 정신적·신체적·재산 피해를 입었다며 약 6억9900만원의 피해배상을 요구해 환경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위원회)가 조정에 나섰다.  사건은 역대 최악의 수질오염 사건으로 기록된 '낙동강 페놀 사건'이다.

페놀(Phenol)은 독성을 지닌 유독성 화합물로 피부 발진 또는 체내의 소화기와 신경 계통에 장애를 주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경북 구미공업단지 내 두산전자에서 파이프가 파손돼 페놀 원액 30여톤이 낙동강으로 유출, 대구지역 상수원으로 유입됐다. 페놀이 함유된 강물은 취수원 수돗물 염소처리공정 과정에서 악취를 유발하는 클로로페놀로 변했다.

시민들은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며 신고를 했지만, 취수장에선 염소 소독제를 더 투입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아무것도 모른 채 수돗물을 마신 임산부들은 유산·사산하거나 기형아를 출산하는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또 수돗물 오염으로 인한 물탱크 청소 비용과 난초 고사 피해, 음식물 폐기 및 영업피해, 인건비 손실 등으로 인한 재산 피해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당시 경북대 보건대학원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페놀 유출 추정 시각은 그해 3월15일 11시부터 19일 20시 사이로, 수질검사에선 원수 0.05ppm, 정수 0.0086ppm 농도의 페놀이 검출됐다.

5개 의료기관의 의견과 전문가 회의 등에서는 페놀오염수에 염소가 투입돼 구토와 설사 등 일시적 피해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됐다. 하지만 질병 등 직접적 인체피해에 대해선 인과관계 인정이 어렵고, 난초 등 식물 피해는 단기간에 고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같은 사례들을 통해 위원회는 영업피해 및 신체적 피해가 페놀오염수로 인한 것이라며 개연성을 인정했다. 다만 배상수준은 음식점 영업의 경우 증빙자료 등 근거가 인정되는 범위내에서 결정됐다. 

구토나 설사 등 신체적 피해에 대해선 치료비와 근로수입 손실에 따른 인건비 등 531만원의 배상이 결정됐다. 또 두산전자의 부도덕성과 향후 재발방지를 요구한 4명에겐 사과문을 발송하도록 했다.

이 사건으로 경제논리에 밀렸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위원회가 발족됐다. 고의로 유해물질을 배출할 경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환경처는 환경부로 격상됐다.

한편 두산전자는 사건 전년도인 1990년부터 페놀이 함유된 폐수 300톤 이상을 옥계천에 무단 방류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두산전자 관계자 6명과 관계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두산전자는 30일 영업정치 처분을 받았지만 고의성이 없고 수출 지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20일만에 업무가 재개됐다.

하지만 업무재개 허용 이후 4월22일 2차 유출로 페놀원액 2톤이 낙동강으로 유입돼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결국 당시 두산그룹 회장이 사퇴하고 두산전자는 64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환경처 장·차관은 모두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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