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나이테 분석으로 과거 150여년간의 환경정보 획득

태풍에 의해 넘어져 죽은 구상나무 [출처=국립공원연구원]

 


구상나무 생존에 봄철 시기 수분공급과 태풍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산소동위원소를 활용한 나이테 분석기법으로 환경정보를 획득, 추적한 결과 밝혀졌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구상나무의 생존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지리산과 덕유산 일대의 구상나무 나이테를 연구한 결과, 봄철의 수분 공급과 태풍이 나무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5일 밝혔다.

공단 소속 국립공원연구원은 2015년부터 2년간 나이테 산소동위원소 분석기법을 도입해 지리산과 덕유산 등지에서 약 150년(1864~2015년)동안 살아온 구상나무 82그루의 나이테를 분석했다. 다만 분석은 국내에 나이테 산소동위원소 측정 설비가 없어 일본 교토의 종합지구환경학연구소(RIHN)에서 이뤄졌다.

나이테 시료 산소동위원소 측정 과정 [출처=국립공원연구원]

 


일명 '나무의 블랙박스'라 불리는 나이테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나무가 살아가는 동안의 연속적인 생육정보를 담고 있다. 

연구원이 죽은 구상나무의 나이테 정보를 기상청 자료(기온, 강수량)와 비교 분석한 결과, 겨울철 뿌리 보온과 봄철의 수분환경이 구상나무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겨울철 눈은 구상나무의 뿌리가 얼지 않도록 보온 역할을 하며, 봄철에 천천히 녹으며 수분 공급 역할도 한다. 생육을 시작하는 봄철 강수량은 나무 뿌리의 활성화 정도를 결정한다.   

시료채취중인 구상나무 고령목 [출처=국립공원연구원]

 


연구 결과 구상나무는 태풍 등 급격한 기상 변화로 단시간에 죽는 유형과 겨울철 이상 고온 등으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말라 죽는 유형 등 크게 2가지 형태로 분석됐다.

단시간에 급격히 죽은 나무는 태풍 등 강한 물리적 힘을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거나 부러져 죽은 것으로 태풍의 강도와 빈도 증가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장기간에 서서히 죽는 유형은 겨울철에 눈이 적게 내리거나 기온이 높아져 눈이 빨리 녹고 봄철에 가뭄이 심할 경우 겪게 되는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는 전세계에서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불리며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개체군이 축소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위기종(Endangered)으로 등재됐다.  

나공주 국립공원연구원장은 "현재까지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대표적인 구상나무 집단고사 지역인 지리산 반야봉 일대의 고사목 100그루에 대한 추가 정밀분석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설 환경과 수분공급에 대한 관계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나이테의 고해상도 영상을 수집하고 미세한 기상 관측 정보 시스템을 확대해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ly1225@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