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CJ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숲 제공]

 

‘아가씨’의 하정우와 ‘부산행’의 공유가 만났다. 지난 15일 밤(프랑스 현지 시각) 칸 해변의 파티장에서 한국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세훈·이하 영진위)가 주최한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서다.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아가씨’(감독 박찬욱·제작 모호필름 용필름·배급 CJ엔터테인먼트)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부산행’(감독 연상호·제작 ㈜영화사 레드피터·배급 NEW)의 두 남우주연, 한 살 터울의 형과 동생이 날짜가 바뀌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얘기 중 하나는 ‘칸에 선 소감’ 혹은 ‘배우에게 있어 칸의 의미’였다.

[사진= NEW 제공]

 

공유는 앞서 14일 영진위 부스에서 진행된 국내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칸국제영화제에 온 소감을 묻자 배우 인생 15년 만에 처음 경험한 칸에 대해 솔직하고도 인상 깊은 소회를 밝혔다.

“한국 돌아가면 툭 하고 기억나겠죠. 되게 신선했고 왜 이제 와서야 이런 기분을 처음 느낄까, 혼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15년 동안 배우로 일했는데 왜 이런 자극을 지금 받을까, 5년 10년 전에 칸을 경험했다면 배우로서 지금과 좀 다를 수 있지 않았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사실 최근 연달아 작품을 하다 보니 지친 면이 있었는데 칸은 저 개인에게 응원이 된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영향을 끼쳤어요. 좋은 에너지 받아 가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만 10년 동안 칸을 4번 경험한 하정우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고 있을까.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로 지난 2006년 제59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황해’로 각각 2008년 제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와 2011년 제64회 주목할 만한 시선으로 칸을 찾았다. 김기덕 감독의 ‘숨’이 2007년 제60회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까지 총 5번 칸의 부름을 받았고 참석한 것은 4번이다.

“영화제라는 게 배우로서 정신이 번쩍 드는 계기예요. (공유가 얘기한 아쉬움에 대해) 맞아요, 달랐을 수 있어요, 아니 달랐을 거예요. 세계 영화인들 앞에 내 연기가 보여진다는 것, 상상 이상으로 뜨겁게 환영 받고 박수 받는다는 것, 분명 배우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저도 지난 10년 칸에 네 번 오면서 그때그때마다 제 현주소를 확인하고 ‘그래, 다시 시작하자’ 마음을 다졌던 것 같아요. 아주 큰 행운이죠.”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칸의 뜨거운 응원 속에 좋은 에너지를 얻은 공유, 초심을 잃지 않는 노력으로 대체불가의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면서 다시금 칸에서 ‘리셋’ 버튼을 누른 하정우, 차기작이 기대되는 건 당연하다. 대선배 송강호와 함께하는 영화 ‘밀정’,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와 함께할 드라마 ‘도깨비’ 속 공유를 어서 만나고 싶다.

특히 영화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과 다시 만난 ‘신과 함께’ 속 하정우가 기대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하정우에게 들은 ‘아가씨’ 선택 이유 그리고 의미 때문이다. 하정우가 표현한 백작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파렴치한에 권모술수가 능한 협잡꾼이다. ‘아가씨’의 감독 박찬욱은 백작의 악행에 어떠한 연민의 배경도 털끝만큼의 불가피성도 부여하지 않았다. 흔히 주연배우에게 감독이 선사하는, 여심을 녹일 만한 훈훈한 이미지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좀스럽고 한심한, 돈밖에 몰라서 제가 판 구덩이에 제가 빠지는 불나방형 자가당착의 인물이다.

“알고 선택했냐고요? 그럼요. 이미 시나리오에 그렇게 압축돼 있었어요. 감독님과 촬영 전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시나리오에서) 달라진 것도 없고요. 편집된 부분도 거의 없어요, 촬영한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왜 했냐고요?(웃음) ‘아가씨’가 하정우라는 배우를 필요로 한 것 이상으로 제게도 필요한 캐릭터였고 작업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상하게 하정우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같은 게 생겼어요. 책임감과는 다른 문제예요, 책임감이야 당연히 제 몫이죠. 함께 작업하는 주변 분들이 저를 어려워한달까, 뭔가 고급의 대우를 한다 할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나는 아직도 시키면 뭐든지 하는 배우다, 나는 여전히 쌈마이(삼류의 은어) 배우다, 라는 걸요. 혹여나 지난 10년의 연기들에서 생겨난 이미지가 있다면 백작으로 클린 업 하고(깨끗이 지우고) 싶었어요. 누적되거나 강화된 이미지 없이 가벼운 몸짓으로 다시 시작하는 거죠.”

일류배우가 자청하는 삼류의 헝그리정신, 스타배우가 되고도 놓치지 않으려는 초심,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정우의 내일을 기대할 만하지 아니한가. 배우 인생 15년 만에 신선한 자극을 받아 뜨거운 욕심을 품은 공유도 두말할 나위 없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두 멋진 남자가 떠난 자리를 다시 두 멋진 남자가 채운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제작 사이드미러 폭스인터내셔널프러덕션·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감독 나홍진과 배우 곽도원이다. 

‘추격자’ ‘황해’부터 ‘곡성’까지, 자신이 연출한 모든 장편영화가 칸의 러브콜을 받은 남자 나홍진, 첫 주연작으로 ‘이미 준비돼 있던’ 주연감이었을 과시할 만큼 괴물 같은 연기력을 보여준 곽도원, 설레기에 충분하다. 또 한 명의 괴물 여배우 천우희, 곽도원의 사랑스러운 그녀이자 ‘곡성’의 아내 장소연도 환영한다.

이제 17시간 후면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영사되는 ‘곡성’이 개봉 일주일 만에 3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은 한국에서처럼 프랑스 칸의 혼을 뺏고 마음을 흔들길 희망한다. 어서 와라,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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