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회 칸 국제영화제 참석한 '아가씨'팀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4일 밤 10시(현지 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극장에서는 4년 만에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한국영화 ‘아가씨’가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첫 상영)로 공개됐다. 영화의 특성에 따라 상영 중간 환호와 갈채가 나오기도 하는 칸이지만,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이 선사하는 에로틱 시대극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속고 속이는 반전의 사기극과 여성의 복수극이 배경 스토리로 깔린 ‘아가씨’ 위로 일본인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그녀의 몸종 숙희(김태리 분)가 그려내는 친밀한 동성애와 다분히 시각적으로 연출된 파격 베드신이 오롯이 집중 조명을 받으며 상영이 끝나자 2분의 박수가 나왔고, 상영이 끝난 뒤에는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을 향해 5분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과거 경쟁부문에 초청된 한국영화들이 받은 환호와 갈채에 비하면 극장 내 공기가 뜨겁지는 않았다. 영화를 본 관객의 표정과 동작에는 호, 불호가 서로 다르게 실려 있었다.

실제로 ‘아가씨’ 공식상영 후 터져 나온 외신들을 봐도 호, 불호가 갈린다. 비율로 보자면, 그 무엇에도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박찬욱의 뚝심 있는 동성애 표현과 완성도 높은 미장센, 일본식과 한국식 그리고 일본을 통해 건너온 서양식 문화의 이질적 충동이 빚어낸 아름다운 영상미에 대한 호평이 많다. 동시에 역시나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박찬욱 감독 자신의 과거 연출작 ‘올드보이’나 ‘박쥐’에서보다 여성에 대한 관심이 보다 부드럽게 고조되기는 했으나 그 인식 수준이 아직은 “사춘기 소년에 불과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거나 아름답게 그려진 두 여성에 비해 좀스럽게 표현된 두 남성이 벌이는 막판 잔혹극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혹평도 있다.

먼저 찬사를 보낸 반응들을 모아보자면,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엘레나 폴라띠는 “이번 칸 영화제 초청작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다. 예상을 넘는 파격에 놀라움을 느꼈다. 특히 아름답게 담겨진 영상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엄지를 세웠고, 폴란드 Gutek필름의 바이어 제이콥 더진스키 역시 “아가씨는 환상적인 걸작이다. 모든 장면에서 만족을 느꼈고, 숨겨진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서재로 상징해 낸 문화는 ‘여성의 감옥이고 남성이 만들어 낸 지옥’이다.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극찬했다.

홍콩 배급사 EDKO의 바이어 에스더 융 또한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워낙 높고, 제작 과정의 세밀함도 엿보인다. 특히 김태리의 연기는 획기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가씨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가 놀랍기 때문에 외국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영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 영화전문매체 필름스테이지의 지오반니 마르치느 까미아는 “박찬욱 감독은 그답지 않게 이번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에게 고통을 가하거나 그들의 신체를 꼼꼼하게 훼손시키는 장면을 과도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학살로 유명한 박찬욱임에도 극중 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에게 종이 자르는 칼과 드릴로 고문을 가하는 장면도 이번에는 스크린 밖에 위치해 있다”며 박찬욱 감독의 변화를 반기면서도 “그러나 여성 해방에 관한 그의 시선은 딱 어린아이 수준이다. 이러한 사실은 두 여성이 갖는 세 번의 섹스 장면에서 확인된다. 사춘기 소년이 레즈비언 섹스에 대해 가지는 전형적 판타지에 걸맞은 섹스 신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영국 가디언 지의 벤자민 리는 “‘진짜’ 성적인 긴장감이 폭발하려 할 정도로 노골적 섹스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두 여자 사이의 열망과 애정, 친밀감이다. 따뜻하게 그려진 영화 속 여성들의 에로시티즘에 비교할 때, 남성 캐릭터들의 성이 불만족스럽고 종종 그로테스크하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하정우가 연기하는 백작은 사소한 것에도 짜증을 내고, (조진웅이 연기하는) 삼촌은 현실에서 벗어나 있는 포르노그래피에 가학적 쾌락을 느낀다. 영화 속 남자들은 한심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관음증 환자들이다”라고 비평했다.

흔히 피학적으로 학대 받던 박찬욱 영화 속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일어선 부분은 반갑고, 섹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성별을 떠나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폭압하지 않는 ‘사랑의 평등’을 구현한 듯한 섹스 신들은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지만, 한심한 두 남자의 연대와 충돌을 통해 드러나는 박 감독의 착취라 할 만한 성에 대한 탐닉과 잔혹한 폭력에 대한 열망은 일부 관객에게는 끝까지 보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되게 한다. 좋아하고 즐길 만한 다양한 요소와 너무 이색적이어서 낯섦과 불편함을 주는 요소가 공존한 이 영화를 한국의 관객들이 어떻게 맞이할지, 아니 그 이전에 칸이 어떤 응답을 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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