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말하는가가 진실이 되는 아픈 현실 속에서 청춘은 진다

사진 = 영화 '글로리데이' 스틸컷

 


사회 안착이라는 지상과제를 아직은 완수하지 못한 불안한 어른들의 고단한 일상을 덤덤해서 더 리얼한 연출로 보여줬던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로부터 15년. 임 감독이 연출자에서 제작자가 되어 우리에게 내보이는 영화 ‘글로리데이’(제작 ㈜보리픽쳐스)는 역시나 성공적으로 스무 살에 안착하지 못한 불안한 청춘들의 예기치 못해 더 기막힌 ‘무서운 하루’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부모의 부재 속에 형의 카센터에서 기술을 배우는 용비(지수 분), 서울특별시 시의원 아버지에 교회 열심히 다니는 어머니의 골칫거리 재수생 아들 지공(류준열 분), 대학 야구부 감독 아버지의 줄과 돈으로 원치 않는 야구특기생 입학을 마친 두만(김희찬 분)은 가난한 할머니 손에 자라 일찍 철이 든 친구 상우(김준면 분)의 군 입대를 배웅하기 위해 뭉친다. 각자의 현실에 문제가 있고 불만이 있지만, 그날 하루만큼은 친구를 위해 여러 무리한 상황을 뚫고 모이는 과정을 최정열 감독은 경쾌한 터치로 그려내며 영화를 시작한다.

영화는 현재와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과거 시점을 오가며 아직은 이유를 드러내지 않은 추격전, 뺑소니 교통사고,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는 여성을 구하려다 말려드는 폭행시비 등으로 긴장과 충격의 강도를 높이다 ‘살인’으로 귀결되면서 네 명의 청춘, 모자라고 못 나서 더 어여쁜 청년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글로리데이’에서 누가 여성을 때리던 그 남자를 죽였는가, 혹은 청년들과의 난투극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과정을 통해 죽음에 이르렀다 해도 그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글로리데이’가 주목하는 것은 누가 죽인 것으로 되는가, 사회 권력의 메커니즘 속에서 어떠한 변수들이 ‘믿길 만한’ 사실이 되고 살인자가 되는가에 주목한다.

스무 살, 아직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청소년은 더더욱 아닌 그들이 ‘어른의 세계’ 문턱에서 경험하는 냉혹하고도 부끄러운 현실을 ‘글로리데이’는 갑갑한 오늘 그대로 담아낸다.

용비와 지공, 두만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One Way Trip’이다. 그날의 짧은 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것은 상우뿐이었을까. 진정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가 진실이 아니라, 누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인가가 ‘사회적 사실’ 여부를 결정하는 아픈 현실 속에서 누구랄 것 없이 청춘은 진다.

‘글로리데이’는 너무나 아픈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과연 진실이 무엇이냐고.

사진= 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여담이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이, 류준열을 보려 표를 샀다. 매서운 눈매에 반항기를 머금고 도톰한 입술에 다감함을 숨긴 지수(용비 역), 마냥 선할 것 같은 눈빛 속에 비굴함을 담을 줄 아는 김희찬(두만 역),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의 수호임을 잊게 하는 안정된 연기력의 김준면(상우 역)까지 전도유망한 청춘 배우들을 반가움 속에 보며 제작 임순례 감독과 연출 최정열 감독이 들였을 공이 새록새록 했다.

류준열은 이번 ‘응답하라 1988’이 아니었어도 결국 신원호 PD를 비롯해 좋은 연출자들의 눈에 들었겠구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향후 드라마와 영화들에서 만나게 될 젊은 배우들에게 미리 눈도장 찍어둔다는 의미에서도 ‘글로리데이’의 표 값은 아깝지 않다.

<환경TV 홍종선 기자 dunasta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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