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68년 된 윤동주 유고시집으로 '다리' 놓아



사진=영화 '동주' 시 포스터. ㈜루스이소니도스 제공.

 


주말을 맞아 책을 한 권 사 볼까 싶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들에 관심을 갖고 있나 궁금해서 한 포털사이트의 ‘책 베스트셀러 일간검색어’를 찾아봤다. 4위에 놓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눈에 번쩍 뜨인다.

반갑다. 이유를 생각하기에 앞서 반가움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왜 이토록 반갑지? 1917년, 일제강점기의 암흑터널 속에서 태어나 해방을 목전에 두고 작고한, 스물여덟 해를 다 못 채우고 유명을 달리한 청년시인의 오래된 시집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주는 작은 감동의 일렁임이다.

정작 윤동주 자신은 볼 수 없었던 유고시집. 해방 후 1948년 1월, 유작 31편에 윤동주가 생전에 존경해 마지않았던 시인 정지용의 서문을 달아 정음사가 세상에 내놓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68년 세월의 간극에 다리를 놓은 건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 제작 ㈜루스이소니도스, 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이리라.

사진=영화 '동주' 시 포스터. ㈜루스이소니도스 제공.사진=영화 '동주' 시 포스터. ㈜루스이소니도스 제공.

 


영화 ‘동주’는 연대기 중심의 다큐멘터리도, 이념 중심의 항일운동 영화도, 사건 중심의 활극도 아니다. 아름답고 여린 시인의 감성으로 아픈 시대를 살아야 했던 한 청년에 관한 이야기이며, 윤동주를 통해 우리가 당시 일제에 빼앗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현재 누릴 수 있지만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그렇다고 결코 무겁지 않다, 분명 그때도 존재했을 가난한 마을에 풍기는 사람 사는 냄새가 잔잔한 웃음을 준다. 그렇다고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준익 감독의 시대와 인물에 대한 통찰력, 이를 분유 받은 강하늘 박정민 등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깊이 있는 집중력’을 만들어 우리를 동주의 세상에 즐거이 머물게 한다.

사진=영화 '동주' 시 포스터. ㈜루스이소니도스 제공.

 


그래, 이번 주말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책갈피에서 윤동주를 만나야겠다. 아직 ‘동주’ 전이라면 먼저 만나고 오기를 권한다. 윤동주의 시를 한층 가슴 깊이 받아들일 수 있는, 동주의 세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이준익 감독이 놓아 줄 것이다.

<환경TV 홍종선 기자 dunasta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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