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제대 후 복귀작 ‘시청자 몰이’에 한 몫

사진 출처=KBS '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포스터 사진 일부.

 


배우 송중기의 시작은 지난 2008년 영화 ‘쌍화점’에서였다. 고려 왕(주진모 분)의 친위부대 ‘건륭위’ 소속의 호위무사였다. 영화가 왕과 건륭위 수장인 홍림(조인성 분)의 금기된 사랑을 따라 격동적으로 흐르는 가운데, 동성애 분위기를 짙게 하듯 건륭위 소속의 무사들은 하나같이 ‘꽃 같은 미모’를 뽐냈고, 그 중 하나가 송중기였다.

첫 번째 이미지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송중기는 건륭위 중에서 ‘군계일학’으로 날아올라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영화 ‘마음이2’와 ‘티끌모아 로맨스’, 던킨 도넛 CF 속에서 꽃미남 이미지를 재탕했다.

송중기는 영리했다. 인기의 독에 중독되지 않고 미모가 아니라 자신의 연기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작품들을 선택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를 맡은 ‘연기의 신’ 한석규와 같은 인물 ‘젊은 이도’가 그에게 맡겨졌을 때 많은 사람이 느꼈을 불안감을 말끔히 지우기에 충분한 깊이를 드러냈다.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로 안정된 연기력을 과시했고, 영화 ‘늑대소년’을 통해 외모에서 ‘꽃’을 떼어내려 애썼다. 당시 타잔도 아니고 정글북도 아닌 비루한 늑대소년의 모습에 실망한 이도 적잖았지만, 배우로서 생명력을 키우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또 하나의 기막힌 선택은 군 입대를 통해 이미지 소모의 ‘공백’을 마련한 점이다. 송중기에게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인데 누구나, 어느 배우나 그 ‘기회’를 제 것으로 하지는 못 한다. 송중기는 잡았다, 그것도 강한 악력으로 꽈악 잡았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서다.

드라마 방영 전, 중국에서의 성공을 뒤로 하고 한국 팬들을 찾은 송혜교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매번 ‘대박 드라마’를 고르는 송혜교의 눈을 믿고 ‘태양의 후예’를 키웠던 게 사실이다. 제대 후 복귀작이라 송중기에게 쏠린 관심도 컸지만, 그래도 송혜교가 일단은 ‘시청률의 짐’을 먼저 둘러맸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지난달 24일, 같은 날 시작한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 정지훈(가수 비), 이민정, 김인권, 김수로, 이하늬, 오연서, 그야말로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했던 터라 시청자의 관심을 독점하기엔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다.

역사는 스스로 만든다. 송중기는 일단 송혜교와 손잡고 ‘돌아와요 아저씨’ 대군단을 첫 회부터 시청률로 제압했다. 14.3%(닐슨코리아 기준), 지상파 드라마 2년 만의 첫 방 최고기록이었고, 6%대를 기록한 경쟁작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태양의 후예’의 선전의 공을 특별히 송중기에게 돌리고 싶다. 여전히 희고 아름다운 송혜교가 때로 괄괄하게 때로 똑 부러지게 강모연을 호연 중인, 기대했던 바였기 때문에 충격이 덜하다. ‘기대 이상’ 송중기에 대한 반응은 피부로 느낄 만큼 뜨겁다. 시청자도 언론도 태백부대 소속 모우루중대 중대장, 정체가 다 드러나지 않은 알파팀 팀장 유시진 대위를 연기 중인 송중기에 대한 칭찬 일색. 주변에서는 “태양의 후예 봤어? 아직이라고? 2회밖에 안 했어, 얼른 시작해” “송-송 커플 장난 아니야. 송중기가 남자가 돼서 돌아왔어, 설렌다니까”, 서로서로 시청을 부추긴다.

맞다. 송중기가 달라졌다. 눈빛부터 달라졌고 표정이 달라졌다. 착한 눈빛, 선한 미소의 강박을 버렸다. 이제 더는 연기력과 인성 두 마리 토끼를 좇지 않고, 배우의 전공인 연기력으로만 승부를 하려는 듯 눈빛이 단단하게 빛나고 입가의 힘이 풀렸다. 기존에 비해 연기력이 심화돼 보이는 건 기본, 이제 착한 청년이 아니라 수컷 냄새 풍기는 남자로 성큼 다가섰다.

잘 아는 배우의 익숙지 않은 모습은 자꾸만 눈길을 끌어당긴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 같은 거다. ‘태양의 후예’를 보는지 송중기를 보는지 헷갈린다. 이제 송중기의 시선을 따라 대중의 마음도 송혜교로, 작품 전체로 애정이 확산될 터이다. 발군의 스타터(starter) 역할로 끝내지 않고, 스포라이트 속에 완주하리라 믿는다.

주책없는 여담이지만, 김은숙 작가의 ‘남자 보는 눈’에 감탄한다. 박신양(파리의 연인), 현빈(영화 백만장자의 사랑, 시크릿가든), 이서진(연인), 고 박용하와 이범수(온에어), 장동건과 김수로(신사의 품격), 이민호와 김우빈(상속자들) 그리고 송중기. 우리가 알았던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거나 알지 못 했던 얼굴을 끄집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한 명의 시청자로서 그 혜안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환경TV 홍종선 기자 dunasta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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