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에너지 절약 실천 '양호'…생산은 아직 '미흡'"
정부 관계자 "에너지 소비 줄인다는 점은 정부 정책과도 같은 맥락"

▲ 서울 암사동 태양광 발전시설 내부(자료화면)

 

지난해 4월, 서울시는 '2014년까지 원전 1기가 생산하는 200만TOE(석유 1t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줄여 도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다'는 취지의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발표했다. 태양광과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고 기존의 전기 소비를 아껴 약 79만TOE를 줄이고, 석유와 도시가스 약 121만TOE를 절약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실행 1년 8개월째인 12일 현재, 국내 환경 전문가들이 봤을 때 에너지 절약 부문 면에선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전력 생산·보급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진단이다.

◇에너지 절약 실천 '양호',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아직'
서울시가 지난 8월 발행한 '원전하나줄이기 2012'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시작 후 1년 동안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생산 가운데 절약 부분의 목표 달성도가 가장 좋았다. 이 부분은 '에코 마일리지'와 같은 시민들의 실천에 힘입어 목표치인 10만TOE의 160%(16만TOE)에 도달했다.

반면 LED보급 등 효율화 부문은 목표치인 22만TOE의 61.4%(14만TOE),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부문은 목표치인 9만TOE의 36.7%(3만TOE) 달성에 그쳤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당초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는 부지 확보가 어려웠고 사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서울의 지리적 특성상 상대적으로 일사량이 적고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남부 지방 보다 태양광 발전 효율이 낮아 사업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며 "때문에 공공 부지 임대료 인하 제도 같은 설치 기반 작업이 필요해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속도를 내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원전하나줄이기'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본격 궤도에 오른 것은 불과 4개월 전부터다. 지난 7월 서울 암사정수센터 내에 설치된 5㎿h급 태양광발전소가 가동하면서부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축구장 10개 크기인 7만6500㎡ 면적에 태양광 모듈(집광판) 1만9700장이 설치된 이 발전소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6000㎿h로 중소규모 아파트 단지 규모인 185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어 지난달 지하철 수서차량기지 검수고 건물 지붕에 675㎾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제서야 2014년까지 공공청사와 학교, 주택을 포함 약 1만개의 건물 옥상과 지붕에 320㎿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다는 당초 계획이 제 궤도로 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사업 초기 국민들의 호응이 부족해 신재생에너지 생산 성과를 빨리 내지는 못했지만, 암사동정수센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 뒤로 학교 등의 참여도가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암사동 발전소가 서울의 신재생에너지 생산 활로를 터준 셈"이라고 말했다.

◇도시 에너지 자립률 높이는 '획기적 시도'란 평가 중론
전문가들은 보완할 점이 있기는 해도 에너지 자립률 향상을 위한 의미있는 시도란 점에서만큼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전력 자급률 2.95%, 거의 제로 수준에 가까웠던 서울시의 에너지 자립도의 구조를 바꾸는 시도라서다.

이 소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증가했지만 우리나라 중앙 정부의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혁신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가 암사정수센터와 강서농수산물시장 등의 사례처럼 공공 유휴부지나 건물의 지붕 등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을 장려해 간다면 이 분야에서는 전 세계 도시 중 1위가 될 것이다"라며 "수치적 목표 달성 여부를 떠나 에너지 자립율을 높이는 데에 있어 다른 도시의 모범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 역시 "우리나라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독일과 덴미크 등에서는 이미 에너지 소비 절약 정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되레 원전 확대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도시에서 국가 차원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같은 외부 전문가들의 원전하나줄이기 사업 평가 및 확대 요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에너지 부문에 있어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력 수요가 꺾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원전을 줄인다면 대안이 마땅치 않아 전력난을 맞을 수 있다"며 "정부도 전력 소비를 줄여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과거 공급 관리에서 수요 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원전하나줄이기 사업과 같은 맥락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오는 13일 서울시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에너지 전환, 서울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국제 에너지 컨퍼런스를 열고 국내외 석학들과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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