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워크래프트’ 9년차 작가, 몬스터 대사에 기업 풍자 유머
“경영진 눈에 띈 후 즉시 해고” 부당함 호소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고블린(사진=블리자드)/그린포스트코리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고블린(사진=블리자드)/그린포스트코리아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자가 게임 속에 블랙기업을 풍자하는 대사를 넣었다가 경영진의 미움을 샀다고 주장했다. 작가는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호소했지만 회사측은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결국 해고를 통보했다.

9년간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팀에서 근무했던 에릭 코빙턴(Eric Covington)은 올해 3월 돌연 해고됐다. 그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업데이트된 희귀 고블린 몬스터 ‘전리품 전문가’의 대사를 작업했는데, 이 대사들이 모기업 액티비전 블리자드 경영진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전리품 전문가’는 투자개발회사 소속의 몬스터다. 투자개발회사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3대 고블린 세력 중 하나로, 자연을 파괴하고 피고용인을 착취하는 등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으로 묘사된다. 같은 고블린 종족은 물론, 게임 속 모든 종족들에게 미움을 받는 존재들이다. 

3월에 추가된 ‘전리품 전문가’도 투자개발회사의 블랙기업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에릭 코빙턴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기록적인 매출 분기”, “이익 공유 금지!”, “이것을 생활비 조정이라고 부르자”, “나에게는 또 다른 요트로 보인다”, “사무실로 돌아갈 시간이야!” 등의 탐욕스러운 유머를 집어넣었다.

(사진=에릭 코빙턴 트위터)/그린포스트코리아
(사진=에릭 코빙턴 트위터)/그린포스트코리아

이 대사는 게임에 업데이트된 이후 약 일주일간 그대로 노출됐다. 에릭 코빙턴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어느 누구도 표현을 문제삼지 않았다. 실제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공식 트위터는 해당 대사가 담긴 스크린샷으로 SNS 홍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위 경영진이 대사를 발견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에릭 코빙턴은 “회사의 매우 높은 누군가가 해당 콘텐츠를 본 후 핫픽스(긴급 수정)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후 에릭 코빙턴은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해당 대사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블랙기업을 조롱하려는 의도였다는 입장이지만, 해고 과정에서 해명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상황을 설명받았다면 대사를 수정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받은 해고 통지문에는 “게임에 부적절한 콘텐츠를 삽입해 위법 행위를 하거나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에릭 코빙턴이 언급한 고위 경영진이 누구인지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전리품 전문가’의 대사 중 요트 농담과 생활비 조정 농담만 삭제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북미 게임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는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 또는 그의 측근이 관련됐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블리자드 팬덤 사이에서는 수익에만 집중하는 바비 코틱 CEO를 비판할 때 ‘새 요트를 또 샀다’는 농담이 통용된다. 또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와 직원간 임금 격차 갈등 등 일련의 스캔들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피인수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기업 결합 규모는 687억달러(약 90조원)에 달한다. 다만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콘솔 시장에서 반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미국과 영국은 인수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수를 승인했으며, 중국과 EU도 인수를 통과시켰다.

dmseo@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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