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 11일 에너지 관련 연례보고서 발표
화력·원자력·수력, 물 부족 등 기후변화에 취약

세계기상기구(WMO)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가뭄 현상이 전 세계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기상기구(WMO)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가뭄 현상이 전 세계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화석연료를 태워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화력과 원자력, 수력발전의 경우 물 부족에 따른 악영향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원전의 경우는 해수 온도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에도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재생에너지 공급과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 화력·원자력·수력, 물 부족 등 기후변화에 취약

WMO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보고서(2022 State of Climate Services: Energy)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가뭄 현상이 전 세계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연료 공급 및 에너지 생산 인프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고, 폭염과 가뭄은 이미 기존 에너지 생산 방식에 부담을 주고 있어 화석연료를 줄이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물 부족 현상이 전 세계 전력 생산의 87%를 차지하는 화력과 원자력, 수력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화력발전소와 원전은 전력을 생산하려면 냉각수가 필요한데, 전체 화력발전소의 33%, 원전의 15%가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원전의 경우 이 비율은 향후 20년 동안 2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전체 수력발전의 11%는 물 부족이 심각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중국은 1961년 이후 최악의 폭염과 가뭄으로 전력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장을 멈추는 등 큰 피해를 겪었다. 특히 전체 전력의 약 80%를 수력발전에서 생산하고 있는 중국 쓰촨성은 가뭄으로 댐이 말라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쓰촨성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사용하는 중국 동부 연안의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의 핵심 제조업 기반 시설에 피해가 컸다.

◇ 원전, 해수 온도·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 직면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유럽 전체 수력 발전량은 1년 전보다 20% 감소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수력 발전량이 40% 넘게 감소했다. 전력 생산의 70%를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총 56개 원자로 중 절반을 가동 중단했다. 가뭄과 수온 상승 등으로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7월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냉각용 바닷물 온도 기준을 기존 31.6도에서 34.9도로 완화했다. 냉각용으로 끌어들인 바닷물 온도가 일정 기준 이상 올라가면 원전 가동을 정지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자 그 기준을 완화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조치였다. 원전 냉각용 설비의 추가 개선 없이 운전 제한 조건만 완화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WMO는 원전의 경우 냉각수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해안 저지대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해수면 상승과 홍수에도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해수면과 같은 높이에 자리한 미국 플로리다의 터키 포인트 원전의 경우 향후 수십 년 동안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7년 폐쇄가 결정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전경(사진 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2017년 폐쇄가 결정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전경(사진 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2배 증가해야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화력발전과 원전, 수력발전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WMO는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이 훨씬 적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는 현재까지의 재생에너지 공급과 투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현재보다 2배 증가해야 한다. 또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2050년까지 3배 증가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에너지 부문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만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 체계로 전환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앞으로 8년 이내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배 늘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며 기후는 우리 눈앞에서 변하고 있다”며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완전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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