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북미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지급"
시행 이후 미국 내 판매량 줄어든 현대차그룹 전기차
업계 "IRA 여파 우려 단계 아니야…대응 서둘러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피해가 우려되는 국산 전기차. 실제 지난달 미국 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의 판매량이 줄어들어 우려를 낳고 있다.(클립아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피해가 우려되는 국산 전기차. 실제 지난달 미국 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의 판매량이 줄어들어 우려를 낳고 있다.(클립아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달 미국에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미국에서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이하 IRA)에 대한 우려 어린 시선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IRA의 여파가 국내 전기차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평가하며, 산업연구원 등은 대책 마련을 통해 IRA를 기회요인으로 삼아야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 IRA에 대한 우려... 국내 전기차가 가격경쟁력을 잃는다

지난달 29일 산업연구원은 ‘IRA의 국내산업 영향과 시사점: 자동차와 이차전지 산업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산업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IRA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보는 만큼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기반을 앞당기고 배터리 원료·부품 공급망 다변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8월 16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시행된 IRA는 기후위기 대응과 의료 비용 절감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관련 재원 조달을 위한 대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미국은 IRA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위기 대응에 3750억 달러(약 479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문제는 미국이 IRA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경쟁 우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전기차 부문이다. IRA는 전기차 세액 공제에 원산지 규정을 적용했다.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최종 조립이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배터리의 원자재와 부품 역시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생산돼야 한다.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공제에서 제외됐다.

즉 미국과 북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와 광물을 사용하고, 미국에서 제조·조립한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판매하는 전기차 전량은 모두 한국에서 제작·수출된 전기차로, IRA 적용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미국 내 생산 기반 부재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우리 기업들이 경쟁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 열위에 처하게 될 것”며 “이차전지 산업도 배터리 관련 규정 충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산업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북미 지역 생산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IRA가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IRA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기반 구축을 최대한 앞당기고,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이익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전했다.

◇ 실제 미국 내 판매량 감소한 국산 전기차, IRA 여파?

IRA가 본격 시행된 이후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줄어들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HMA는 지난 9월 한달 동안 전기차 ‘아이오닉5’를 1306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8월 판매량(1517대)보다 14% 줄어들었으며, 7월 판매량(1984대)보다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기아 역시 마찬가지다. 기아의 전기차 EV6도 9월 한달간 1440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8월 판매량(1840대) 보다 22% 줄어든 수치다.

이에 대해 IRA의 여파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월마다 영업 일수가 다르고 휴가기간도 있는 등 전월과 비교해 판매량을 평가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통상적인 판매량 비교 기준에 따라 전월이 아니라 전년 동기간과 비교했을 때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증가했다. 현대차의 발표에 따르면 올 9월 미국 친환경차 전체 판매는 1만1263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는데, 전기차 판매량은 3533대로 28.0% 늘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월 대비 전기차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시장에 투입된 신차 판매가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반도체 공급 차질까지 더해지면서 판매량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는 “IRA 시행이 일부 소비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법이 적용된 이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효과는 올 연말에서 내년 초에 나타날 것”이라며 “물론 미국 내 생산망 및 공급망 구축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산업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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