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대한상의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 위원회' 개최
암모니아 수소 추출 설비, 폐윤활유 자원순환 등 탄소중립 기술 포함

롯데정밀화학의 암모니아 수소추출 설비, SK루브리컨츠의 폐윤활유 자원순환 등 탄소중립 기술들이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의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클립아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정밀화학의 암모니아 수소추출 설비, SK루브리컨츠의 폐윤활유 자원순환 등 탄소중립 기술들이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의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클립아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과도한 규제나 미비한 법제도로 인해 개발에 차질이 있었던 미래 기술에 활로가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서면을 통해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열고, 14건의 기술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했다. 

샌드박스는 혁신제품과 기술의 시장 출시를 위해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된 14개 기술 중에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추출 설비 구축 및 운영, 폐윤활유를 재활용한 저탄소 윤활기유 생산, ICT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및 운영 등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들이 대거 포함됐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규제 샌드박스로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설비들, 국민 편익을 늘릴 수 있는 서비스들이 실증에 들어갔다”며 “특히 해외선 되는데 국내선 안되는 사업이 있다면 샌드박스로 먼저 우회로를 뚫고 법령 개정을 통해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정밀화학, 암모니아 분해로 그린 수소 생산한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기술은 롯데정밀화학이 추진하는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해당 설비는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해한 뒤 질소를 제거해 수소만 추출하는 설비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할 수 있으며, 액화수소 보다 높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를 만들어 저장·운송이 쉬워 수소캐리어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잘 구축된 해외에서 청정수소를 생산해 암모니아로 변환 후 국내로 도입하는 기술들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 미국, 일본, 호주 등의 주요국들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생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 한국, 일본 자동차 기업과 함께 암모니아를 활용해 생산한 수소를 수소차에 공급하는 시연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암모니아를 수소로 분해하는 설비를 지을 수 없었다.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추출설비는 수소용품에 해댕해 제조허가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암모니아 기반 수수추출설비에 관한 안전기준이 없어 제조허가 및 심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심의위는 탄소배출 없이 청정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용량 수소 생산 및 저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며 실증 특례를 승인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설비구축에 앞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다. 관계부처는 실증사업을 토대로 해당설비에 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울산 사업장에 세계 최대 규모인 1000Nm3/h 급 파일럿 설비를 구축해 수소 추출 시스템을 우선 검증할 것”이라며 “데이터를 확보해 2025년 이후 국산 설비 상용화를 추진해 향후에도 청정 암모니아·수소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SK루브리컨츠의 폐윤활유를 자원순환해 새 윤활유로 활용하는 기술 모식도(대한상공회의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K루브리컨츠의 폐윤활유를 자원순환해 새 윤활유로 활용하는 기술 모식도(대한상공회의소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SK루브리컨츠, 폐윤활유를 자원순환해 새 윤활유로 만든다

폐윤활유로 새 윤활유를 생산하는 기술 실증도 추진될 예정이다. SK루브리컨츠는 기존 소각되던 폐윤활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제된 폐윤활유를 윤활기유 제조공정에 투입해 새로운 윤활유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석유사업법상 윤활유를 만들려면 석유와 석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해야 했다. 때문에 폐윤활유는 대부분 난방용이나 발전소 연료유로 사용되며 대기오염을 유발해 왔다. 실제 클라인 리포트에 의하면 2022년 기준 국내 폐윤활유는 연간 48만 7000KL가 발생하며 이중 35만 KL가 연료유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과 유렵은 폐윤활유의 60% 이상을 재활용해 윤활유로 다시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폐윤활유의 최대 98%를 재정제해 활용하고 있다.

이에 SK루브리컨츠는 클린코리아, 덕은인터라인, 대림, 세방정유 등 폐윤활유 수거-정제기업과 협업을 통해 폐윤활유 업사이클링 사업을 추진해왔다. 폐윤활유 수거-정제기업이 폐윤활유를 수거해 1차, 2차 정제를 마치면, SK루브리컨츠가 이를 공급받아 저탄소 윤활기유를 생산·판매하는 것이다.

기술 개발을 완료한 SK루브리컨츠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고, 심의위는 자원 순환경제 조성 및 탄소중립 기여 측면에서 해당 기술의 실증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에 폐윤활유를 활용한 저탄소 윤활유 제품은 석유관리원을 통해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관계기관에 상시 공유하는 것을 조건으로 실증특례를 허용했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폐윤활유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함에 따라 기존 폐윤활유 활용 방식 대비 수만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소규모 전력망 위한 마이크로그리드도 실증한다

이번 심의위에서는 한국가스공사와 그리드위즈가 신청한 ‘ICT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및 운영 사업’도 실증특례가 승인됐다.

해당 기술은 발전사업자가 감압발전기와 양방향 전기차 충전기(V2G) 등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중개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중개사업자는 해당 전력을 인근 상가 등에 판매하는 모델이다.

감압발전기는 천연가스 공급시 감압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압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이며, V2G는 전기차를 충전하거나 전기차의 남은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할 수 있는 충전기다. 이런 기술을 통해 생산되는 복합에너지를 통합 에너지 운영플랫폼으로 서비스 하는 것이 한국가스공사와 그리드위즈의 사업인 것이다.

현행법상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전력중개업자를 통해 전기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천연가스 감압발전기와 양방향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안전기준이 부재해 발전사업자는 해당 설비를 통한 전력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심의위는 “친환경 분산전원 인프라 구축과 인프라를 에너지 관리 플랫폼 하나루 묶어 관리하는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의 실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안전성 검증기준 제시 및 안전검사 이행 등을 조건으로 실증 특례를 승인했다.

한국가스공사와 그리드위즈는 한국전기안전공사 및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해 감압 발전기 및 V2G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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