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한국 원전 수출 기회 확대될 것”
EU 제시한 조건 충족하기 쉽지 않을 것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럽의회가 지난 6일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 세계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럽의회가 지난 6일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 세계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유럽의회가 원자력 발전을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면서 국내에서도 원전 수출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유럽연합(EU)에서 논의된 기준과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해 원전을 한국형 택소노미(K택소노미)에 포함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원전을 수출 산업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EU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면서 적용한 기준과 전제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수출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산업부, “한국 원전 수출 기회 확대될 것”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럽의회가 지난 6일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 세계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는 7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EU 그린 택소노미 통과로 체코와 폴란드 등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EU 국가들의 자금조달이 편리해져 원전 사업을 추진하는 데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EU는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면서 엄격한 기준과 전제조건을 달았다. EU는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조건으로 사고 확률을 낮춘 사고저항성 핵연료(ATF·accident tolerant fuel) 사용, 반감기가 수십만 년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마련 및 안전한 처분, 최신 안전기준 적용 등을 내걸었다. 

관련 조건을 보면, 먼저 2025년까지 기존 원전과 제3세대 신규원전에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적용해야 한다. 또 모든 원전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갖춰야 하고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운영하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2045년 전까지 건설 허가를 받은 신규원전에는 기존 최고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아직 개발 및 시험 단계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2025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에 참여하는 원전 개발사업자들은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2030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직 초기적인 실험 단계로 상용화 여부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또한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을 확보하는 일은 원전을 보유한 모든 국가의 과제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은 현재 스웨덴과 핀란드만 보유하고 있고, 이들 국가도 부지를 확보하고 건설하는 데 30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고준위 방폐물을 고리 원전과 한울 원전 등에 임시저장 중이며 영구 처분할 부지조차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신 안전기준 적용도 쉽지 않은 과제라는 평가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2009년 적용된 안전 보강과 항공기충돌 대비 보호 대책은 미국과 프랑스 원전의 건설 기간을 지연시킨 주요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의 원전에서 군사적 교전이 발생하면서 향후 군사적 공격에 대비한 원전 안전대책이 새로운 규제로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EU 제시한 조건 충족하기 쉽지 않을 것

EU가 제시한 조건들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유럽 원자력산업협회는 지난 1월 이러한 조건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정부는 EU에서 논의된 기준과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해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5일 발표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수출산업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원전 수출을 위해 산업 패키지 협력방안, 원전 수출전략 등을 총괄 조율하는 민관 합동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또한 미래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서도 독자적 기술력과 제작·시공 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2028년까지 정부와 민간이 약 4,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수출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국내 K-택소노미 역시 유럽 택소노미에서 규정한 원전 금융지원의 조건에 부합할 때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국내의 대표적 신규원전인 ‘APR1400’은 이번 택소노미 보완법이 지원조건으로 제시한 기준 적용은 물론이고 2009년 유라톰조약이 규정한 대책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따라서 유럽 수준의 조건이 없는 국내 원전의 K-택소노미 포함은 국제적으로 아무런 의미 없는 국내 홍보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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