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성장이 초래한 생태적인 불균형
기후위기 인식하고 생활·소비 습관 바꿔야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연보호 운동가들이 만든 날이지요. 1년에 딱 하루뿐인 생일이 소중한 날이듯, 오늘은 인류가 지구의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아야 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지구가 뜨거워집니다. 달라진 날씨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와 기후불황을 몰고 옵니다.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문제입니다. 북극곰과 펭귄만의 위기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남들에게 미루지 말고 당신도 함께 변해야 합니다.

지구가 인류에게 묻습니다. 하나뿐인 행성에서 계속 이런 식으로 살 수 있습니까? 그러면 안 됩니다. 살아가는 방식도, 삶을 대하는 태도와 구매하는 물건도 모두 바꿔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5편의 기사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날씨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관한 내용입니다. [편집자 주]

오늘은 4월 22일 지구의 날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늘은 4월 22일 지구의 날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늘은 4월 22일 지구의 날이다.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이 날은 UN이 정한 세계환경의날(6월 5일)과 달리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한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됐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짚어보자. 20세기 환경 운동에 큰 영향력을 준 환경 고전이 있다.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다. 레이첼 카슨은 이 책에서 미국의 한 마을을 언급하면서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왔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가로막은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며,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일”이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생태학의 어머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타임지가 뽑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명이다. ‘침묵의 봄’을 읽은 미국 상원의원이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했고 이후 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됐다. 그런데 레이첼 카슨이 지적한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일’은 뭘까?

◇ 인류 성장이 초래한 생태적인 불균형

인류가 지구에 저지른 일을 요약하면 이렇다. 자원을 많이 쓰고 자연을 훼손하면서 생태 불균형을 초래했는데 그에 따른 대책 마련에는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인류 성장이 지구의 생태적인 불균형을 초래했고 현대인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은 우리에게 풍부한 식량과 의료혜택, 에너지, 원재료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성장은 우리가 이제 겨우 탐사하기 시작한 지구의 생태적 균형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인류의 대응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는 이 위험을 뒤늦게 인정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직도 개선에 필요한 진지한 경제적, 정치적 희생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경제성장과 생태계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정치인, CEO, 유권자들의 십중팔구가 성장을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1세기에도 이런 식이면 우리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 문제를 경제 뒤로 미루는 행태를 꼬집은 글이다.

독일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한 카트린 하르트만은 자신의 저서 ‘위장환경주의’에서 인류가 지구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 세계에서 매일 최소 350만 톤의 쓰레기가 나오며 매년 13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전 세계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기후를 살리겠다고 맹세하지만 온실가스 방출은 늘어만 간다”고 지적했다.

큰 잘못을 저지른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많다. 미국 생태학자 폴 셰퍼드는 인류의 환경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거의 몇 인치만 남겨둔 채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는 상태”라고 비유했다. 쉽게 말하면 ‘임계점이 가까웠다’는 경고다. 참고로 폴 셰퍼드는 1925년생으로 지난 1996년에 이미 지구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급진적인 환경운동가의 왜곡된 주장일까? 그렇게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지금도 많다.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작 ‘내일’을 연출했던 영화감독 시릴 디옹은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낙관주의자거나 무모하게 용감무쌍한 자”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인류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기후위기를 보는 시선과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달라지는 날씨가 북극곰이나 펭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에게 심각한 위기이고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해 생활습관과 소비 습관 모두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앞으로 인류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기후위기를 보는 시선과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달라지는 날씨가 북극곰이나 펭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에게 심각한 위기이고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해 생활습관과 소비 습관 모두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기후위기 인식하고 삶의 태도 바꾸기

앞으로 인류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기후위기를 보는 시선과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달라지는 날씨가 북극곰이나 펭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에게 심각한 위기이고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해 생활습관과 소비 습관 모두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극지전문가이자 기후과학자,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김백민 연구원은 자신의 저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언급했다. 온도 1도 차이가 숫자에서 느껴지는 체감보다 훨씬 이례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저서에서 “100년이 안 되는 시간에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했다는 사실은 과거 지구 기후변화의 역사를 떠올려볼 때 조금 섬뜩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류가 개입하지 않던 시기에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온도 변화 속도에 비하면 무려 20배나 빠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구 역사상 이런 속도의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1도는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50 거주불능 지구’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책을 통해 “온난화가 1도 진행될 때마다 미국처럼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약 1퍼센트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아울러 “기온이 2도 높아지면 1.5배 높아졌을 때 보다 세계가 20조 달러만큼 가난해진다”는 논문도 소개했다. 책은 지구 기온이 4도 늘어나는 상태에서 예상될 수 있는 전 세계 피해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600조 달러라고 주장한다.

◇ 생활·소비 습관 환경적으로 바꿔야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날씨에 대한 태도 뿐만 아니라 소비 습관 역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8월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최 ‘대담한 쓰레기 대담’에서 “아무리 친환경 소재라고 해도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소재를 내세운 마케팅에서 벗어나 편리만 생각하는 소비 또는 유행에 휩쓸린 소비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쓰레기박사'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자원순환 분야 전문가다.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다는 지적 역시 제기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4월 10일 성명서를 통해 “당선인 측이 시급한 기후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차기 정부 국정 과제로 기후위기 대응을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하고 석탄화력 퇴출 시점을 앞당기며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계획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지금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급변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면서 “윤석열 당선인이 대전환 시기에 지속 가능한 한국경제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 보다 과감한 기후 정책을 제시하고 시행해 주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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