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로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사회 불안 고조
원유·천연가스 가격 폭등...에너지전환 흐름에 영향
유럽 에너지전환 정책 차질 우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 유가(WTI)는 12일 배럴당 100.6달러로 연초(76.08달러)보다 30%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고, 지난 3월 8일에는 123.7달러까지 급등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12일 100만BTU(열량단위)당 6.68달러로 연초 대비 80% 이상 상승하면서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 유가(WTI)는 12일 배럴당 100.6달러로 연초(76.08달러)보다 30%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고, 지난 3월 8일에는 123.7달러까지 급등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12일 100만BTU(열량단위)당 6.68달러로 연초 대비 80% 이상 상승하면서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세계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량·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와 사회 불안으로 세계 곳곳에서 소요사태가 벌어지는 등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도 폭등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이를 경고하는 지적도 제기된다.

◇ 전쟁 장기화로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사회 불안 고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세계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사회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경제 불안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2010~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가 전 세계 각국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등 아시아 국가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파키스탄에서는 총리가 물러났고, 레바논과 이집트 등 아랍권 국가는 식량난을 겪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남수단, 부르키나파소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가뭄과 내전으로 더욱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해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고 여기에 세계 주요 식량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곡물 수출을 중단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 세계 곡물 시장 점유율은 밀이 27%, 보리가 23%, 옥수수는 14%에 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3월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159.3을 기록해 지난 2월보다 13% 가까이 급등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1996년 지수가 도입된 이후 최고치로 지난달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한 달 만에 다시 경신한 것이다. 

FAO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경고했고,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수준의 식량 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는 11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세계 무역 성장률이 지난해 전망치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식량과 에너지 등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파급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 원유·천연가스 가격 폭등...에너지전환 흐름에 영향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 유가(WTI)는 12일 배럴당 100.6달러로 연초(76.08달러)보다 30%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고, 지난 3월 8일에는 123.7달러까지 급등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12일 100만BTU(열량단위)당 6.68달러로 연초 대비 80% 이상 상승하면서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 등을 담은 5번째 제재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회원국 간 이견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 중단 합의에는 실패했다. EU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은 연간 40억 유로(약 5조 3,000억 원) 규모다. 유럽의 에너지원별 러시아 의존도는 원유 등이 27%, 천연가스 41%, 석탄은 47%에 이른다. 

EU는 다음 제재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지만,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감안하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3분의 2를 연내에 축소하고 2030년 이전에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바 있다. 

EU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신규 누적 설치량을 2030년까지 각각 480GW, 420GW 확보하기로 했다. EU는 또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천연가스 물량을 2030년까지 수소로 대체한다. 그린수소 생산 능력을 당초 계획보다 2배 확대해 2030년까지 80GW로 늘릴 계획이다.

◇ 유럽 에너지전환 정책 차질 우려

영국은 2030년까지 최소 5GW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해상풍력 확대와 함께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80%, 2035년까지 100%로 조달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폐쇄할 계획이던 석탄발전소 운영을 연장할 가능성을 내비쳤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탈석탄 정책을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주요 경제국들이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화석연료 감축 정책을 무시하고 있다”며 “이는 화석연료에 대한 장기적인 의존으로 이어져 (지구온도 상승폭 제한 목표인) 1.5도로 향한 창을 닫아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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