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탄소중립 정책 대대적 수정 예고
일반 국민 52.4%·전문가 89%, ‘탄소중립 실현하기 어렵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조화 불가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다고 12일 밝혔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다고 12일 밝혔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을 예고하면서 새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위는 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하면서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직성 전원인 원전과 유연성 전원인 재생에너지의 조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인수위, 탄소중립 정책 대대적 수정 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인수위는 현 정부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지 않고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며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등 물가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이 감소한 대신 석탄발전이 소폭 증가하고 LNG 발전이 16% 급증한 영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2일 “문재인 정부 들어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MB정부에서 결정한 석탄화력발전소들 때문이었다”며 “MB정부가 승인한 석탄화력발전소 9기 중 2기의 승인을 취소시키고 노후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추진하는 한편, 계절관리제를 도입해 석탄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했던 것이 문재인 정부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하면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GDP는 2030년까지 연평균 0.7%포인트,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정부 들어 탄소중립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탄소중립 5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다음 정부에서 에너지 믹스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은 변함없이 유지되어야 한다”며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이며,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과 함께 노력하고, 국가는 R&D 지원을 통해 기술 개발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반 국민 52.4%·전문가 89%, ‘탄소중립 실현하기 어렵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에 한국도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러나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정책 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잠정 결론이다”라고 밝혔다.

원 위원장은 특히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비용과 부담 주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를 비롯,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온 탄소중립은 그 추진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여러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일반 국민·전문가 인식조사’를 보면, 일반국민 1,600명과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의견수렴 과정에 대해 일반 국민의 46.5%는 내용은 적합하나 형식은 절차에 불과했다고 응답했다. 일반 국민의 35%가 내용과 형식 모두 적합했다고 답했고, ‘내용은 적합하지 않지만 형식은 좋음’이 10.8%, ‘내용과 형식 모두 부적절함’이 7.8%였다.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목표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질의한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의 52.4%가 ‘실현하기 어렵다(실현 어려울 것 9.8%와 어렵지만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 42.7%)’라고 답한 반면, 전문가의 경우 전체의 89%가 ‘실현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 “원전과 재생에너지 조화 불가능”

김상협 인수위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장은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해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5대 정책 방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 수요 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 구성과 전력시스템 혁신 △녹색기술의 획기적 발전은 위한 R&D 체계의 고도화와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 확대와 ESG 경영의 연계, 세제 보완 등을 통한 녹색금융의 본격화 △미국을 비롯, 주요국과의 ‘기후에너지동맹’과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의 전략적 재구성이다.

인수위는 늦어도 8월까지 그린택소노미(K-Taxonomy)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올해 12월에 수립 예정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새로운 정책 방향이 반영되도록 사회적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논평을 통해 “인수위가 정책 방향을 브리핑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막상 제시한 정책 방향은 빈약하다”며 “경직성 전원인 원전과 유연성 전원인 재생에너지의 조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는데, 인수위는 구체적 대안없이 두 전원의 조화를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심지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등에 원전을 포함시켜 녹색 금융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면서 “원전의 경제성을 강조해 왔으면서도 무리하게 녹색 금융을 조달해야 할 까닭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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